조나단 챈이 말하는 애슬레저의 다음 챕터
하라주쿠 최대 매장이 던진 질문
도쿄 하라주쿠에 루루레몬(LULULEMON ATHLETICA)의 글로벌 플래그십 매장 '루루레몬 하라주쿠'가 문을 열었다. 2개 층으로 구성된 매장 면적은 약 1220제곱미터로, 이는 일본 내 루루레몬 매장 가운데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오픈에 맞춰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챈이 직접 도쿄를 방문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199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출발한 이 브랜드는 '애슬레저'라는 장르 자체를 대중화시키며 근래 들어 가파르게 몸집을 키워왔고, 2025 회계연도 매출은 111억 달러(약 1조 7000억 엔)에 달해 나이키·아디다스에 이어 세계 3위 규모까지 올라섰다. 단순한 매장 하나의 오픈이 아니라, 애슬레저를 넘어선 다음 국면을 브랜드가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로 이번 방문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매장 하나의 크기와 임원 한 명의 방문이 뉴스가 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그만큼 루루레몬이 이 도시, 이 순간에 두는 무게가 남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에 문을 연 '루루레몬 하라주쿠'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규모가 크다는 데 있지 않다. 2개 층, 약 1220제곱미터라는 면적은 그 자체로 브랜드가 일본 시장, 그중에서도 트렌드의 최전선인 하라주쿠에 얼마나 무게를 싣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여기에 더해 상품 개발 전체를 총괄하는 조나단 챈이 오픈 현장에 직접 나선 것은, 이 매장이 단순 판매 거점이 아니라 브랜드가 그리는 디자인 철학을 눈으로 확인시키는 쇼케이스로 기획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챈은 2024년 루루레몬에 합류하기 전 리바이스(LEVI'S) 디자인 부문 시니어 바이스프레지던트를 지냈고, 프로덕트 디자인과 이노베이션 분야에서 30년 넘게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가 루루레몬에서 맡은 역할은 여성복·남성복은 물론 잡화류까지 전 상품 카테고리의 디자인과 개발을 통괄하는 자리로, 브랜드 전체의 룩과 방향성을 한 사람의 시선으로 재정비하는 작업이 그의 합류 이후 본격화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 지금인가
애슬레저는 이미 하나의 상식이 된 카테고리다. 운동복을 일상복처럼 입고, 일상복에 기능성을 더하는 방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문제는 이 지점부터다. 카테고리가 성숙하면 성숙할수록 브랜드는 '애슬레저 다음에 무엇을 팔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되고, 루루레몬이 나이키·아디다스에 이어 3위 규모까지 성장한 지금이 바로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이다. 조나단 챈이 리바이스 출신이라는 이력도 이 맥락에서 의미가 커진다. 데님이라는, 기능보다 태도와 문화를 팔던 카테고리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디자인을 총괄하게 됐다는 것은, 루루레몬이 앞으로는 기능성만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적 태도로 승부하려 한다는 방향성을 시사한다. 하라주쿠라는 입지 선택 역시 우연이 아니다. 스트리트 패션과 럭셔리, 서브컬처가 뒤섞이는 이 거리에 국내 최대급 매장을 여는 것은, 애슬레저를 스포츠웨어의 영역에서 도시적 라이프스타일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음에 볼 것
이번 인터뷰에서 챈이 던진 화두는 '현대의 럭셔리는 건강'이라는 개념이다. 이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앞으로 루루레몬의 상품 개발 전반을 관통할 기준점으로 읽어야 한다. 값비싼 소재나 브랜드 로고가 아니라 몸의 컨디션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관리하는 감각 자체가 새로운 럭셔리로 재정의되고 있다는 뜻이고, 이는 여성복·남성복·잡화 전 카테고리에 걸쳐 조금씩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하라주쿠 매장이 이런 방향성을 담아낸 첫 시험대라면, 앞으로 나올 시즌별 컬렉션과 매장 경험이 이 '건강이 곧 럭셔리'라는 공식을 실제 제품과 공간으로 어떻게 번역해내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특히 챈이 디자인 전반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그의 합류 이후 나온 첫 대형 프로젝트인 이번 매장이 향후 글로벌 매장 전략과 상품 라인업에 어떤 기준을 세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라주쿠에서 시작된 이 실험이 다른 주요 도시의 플래그십 매장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장되는지도 함께 지켜볼 만한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