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 신화를 스스로 단종시킨 펜티뷰티의 승부수
매트에서 내추럴 매트로, 펜티의 방향 전환
펜티 뷰티가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았던 프로 필트르 소프트 매트 롱웨어 파운데이션을 단종시키고, 그 자리를 프로 필트르 플루이드 플렉스 내추럴 매트 파운데이션으로 채웠다. 뷰티 업계에서 단종은 대개 조용히 지나가는 소식이지만, 이번은 다르다. 2017년 출시 당시 40개 쉐이드로 컴플렉션 카테고리 전체의 기준을 바꿔놓은 원조 제품을, 다름 아닌 그 후속작이 대체한다는 점에서 이번 교체는 단순한 리뉴얼이 아니라 브랜드가 스스로 세운 성공 공식을 다시 쓰는 선언에 가깝다. 오랫동안 이 제품에 충성해온 소비자들 사이에서 단종 소식 자체가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은, 하나의 파운데이션이 얼마나 오래 취향의 기준점 노릇을 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잘 팔리는 제품을 굳이 손대는 브랜드는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교체는 그 자체로 하나의 태도 표명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두 제품을 나란히 놓고 보면 방향의 차이가 뚜렷하다. 원조 프로 필트르 파운데이션은 완전한 매트 마무리와 미디엄에서 풀 커버리지를 지향했던 반면, 새로 나온 플루이드 플렉스 내추럴 매트 파운데이션은 이름 그대로 '내추럴 매트'라는 더 부드러운 마무리를 택했다. 유분기는 잡아주되 얼굴 자체의 질감을 눌러 덮지 않는, '내 피부인데 더 좋아 보이는' 방향으로 넘어간 것이다. 커버력도 미디엄에서 원하는 만큼 쌓아 올리는 빌더블 방식으로 바뀌어, 두껍게 덮는 파운데이션보다 가볍게 얹는 파운데이션을 원하는 요즘 소비자 취향과 맞닿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제형의 움직임이다. 새 파운데이션은 표정을 지을 때 얼굴을 따라 늘어나고 구부러지도록 설계돼, 시간이 지나도 파운데이션이 '얹혀 있다'는 티가 덜 나는 착용감을 내세운다. 가격은 세포라 기준 48달러로, 프리미엄 컴플렉션 제품군의 표준 가격대를 그대로 유지했다. 마무리와 커버력, 제형 세 가지 축이 동시에 바뀌었다는 점에서, 이번 후속작은 원조의 이름만 빌린 리브랜딩이 아니라 처방 자체를 새로 쓴 결과물에 가깝다.
왜 지금인가
이 교체가 흥미로운 이유는 타이밍에 있다. 완전 매트 마무리는 한때 파운데이션의 최고 기준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뷰티 업계 전반의 흐름은 '스킨 라이크' 마무리, 즉 화장을 했지만 피부처럼 보이는 방향으로 확실히 기울어 있다. 두껍고 완벽하게 덮는 파운데이션보다 가볍고 자연스러운 톤업에 가까운 제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흐름 속에서, 완전 매트를 대표했던 브랜드가 스스로 그 공식을 내려놓았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원조 파운데이션은 2017년 출시 당시 40개 쉐이드라는, 당시 업계 관행을 뒤흔든 포용성으로 컴플렉션 카테고리 전체의 판을 바꾼 제품이었다. 그 성취가 워낙 컸기에, 이번 후속작 역시 쉐이드 다양성이라는 원조의 유산은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마무리감과 사용감만 시대에 맞게 새로 쓰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읽힌다. 검증된 자산은 지키고, 소비자 취향이 이동한 지점만 정확히 갈아 끼우는 방식이다. 포용성이라는 원조의 유산을 지운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지금 시대의 마무리감을 새로 얹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다음에 볼 것
프로 필트르 플루이드 플렉스 내추럴 매트 파운데이션은 현재 세포라에서 48달러에 판매 중이다. 원조 제품에 오래 충성해온 소비자라면 직접 발라보고 마무리감과 커버력의 체감 차이를 확인해볼 시점이다. 특히 완전 매트를 선호해 원조를 써왔던 사람이라면, 내추럴 매트로의 전환이 만족스러운 업그레이드일지 아니면 아쉬운 방향 전환일지는 개인의 피부 타입과 선호에 따라 갈릴 수 있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단종된 원조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실제로 재출시나 리미티드 부활로 이어질지, 다른 하나는 이번 교체가 펜티 뷰티 전체 라인업의 방향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인지 여부다. 한 브랜드가 자신의 대표작을 스스로 대체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 뷰티 소비자의 취향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단종과 출시는 한 제품의 교체를 넘어, 매트 마무리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신호를 얼마나 많은 브랜드가 따라갈지 지켜볼 첫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