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가 유니폼 아닌 심판복을 택한 이유
B리그 파트너십, 무대 밖 사람들부터 입혔다
유니클로(UNIQLO)가 9월 1일, 일본 남자 프로농구 리그인 B리그(B.LEAGUE)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눈에 띄는 지점은 이 계약의 첫 대상이 스타 선수의 유니폼이 아니라는 데 있다. 9월 개막하는 2026-27시즌부터 유니클로가 가장 먼저 만드는 옷은 레퍼리웨어와 테이블오피셜즈웨어, 즉 경기장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사람들의 옷이다. 선수 유니폼은 2027년 1월 아이치-나고야에서 열리는 올스타게임 위켄드에서야 등장한다. 스포츠 브랜딩이 보통 스타를 먼저 앞세우는 것과 달리, 유니클로는 코트 위에서 가장 조용히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부터 옷을 입혔다. 이 순서 자체가 유니클로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먼저 보여준다.
무엇이 달라졌나
레퍼리웨어의 상의에는 유니클로의 고기능 소재 '드라이EX'가 쓰였다. 이 소재는 유니클로의 공식 파트너인 테니스 선수 니시코리 케이, 로저 페더러 등이 실제 경기에서 착용하며 속건성을 검증받은 소재로, 장시간 코트를 뛰어다녀야 하는 심판의 체력 소모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하의에는 신축성이 뛰어난 '울트라스트레치'를 적용해 어깨를 자주 움직여야 하는 심판 동작에 맞췄다. 굿즈성 제작이 아니라 실제 움직임을 반영한 기능성 설계에 가깝다는 점이 이번 유니폼의 특징이다. 무엇보다 이번 계약은 유니클로가 농구 단체와 맺은 첫 공식 파트너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니클로는 그간 테니스, 골프, 축구 대표팀 등과는 꾸준히 협업해왔지만 농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B리그는 현재 41개 도시, 55개 클럽이 소속된 리그로, 각 지역에 밀착한 운영을 특징으로 삼는다. 9월 3일부터는 커스텀 굿즈 서비스 'UTme!'와 자수 서비스에 B리그 55개 클럽의 로고와 마스코트 디자인이 추가되고, 도입 매장도 94개점으로 늘어난다. 각 클럽의 홈경기장 인근 매장과도 제휴할 계획이어서, 팬이 사는 동네의 유니클로 매장에서 응원하는 팀의 굿즈를 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왜 지금인가
유니클로의 스포츠 파트너십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2009년 휠체어 테니스 국가대표 구니에다 신고 선수 후원을 시작으로, 현재는 7명의 톱 애슬리트가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 중이고, 일본축구협회(JFA)와 함께하는 유소년 축구 행사, 테니스·골프 국가대표팀 공식 유니폼 제공까지 종목을 넓혀왔다. 해외로도 활동 반경을 넓혀 올해 3월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홈구장에 '유니클로 필드 앳 다저스타디움'이라는 이름을 올렸다. 이런 이력 위에서 보면, 이번 B리그 파트너십은 유니클로가 처음으로 농구라는 종목에 발을 들였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그런데 그 진입 방식이 상징적이다. 유니클로는 스타 선수의 유니폼이 아니라 심판과 테이블오피셜의 유니폼부터 만들었고, 파트너십의 명분도 '지역 밀착'에 맞췄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코지 이사는 이를 '개별 매장 경영'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전국의 매장 하나하나가 그 지역에 뿌리내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유니클로의 오랜 운영 철학과, 41개 도시 55개 클럽이 각자의 연고지에 뿌리내린 B리그의 구조가 맞아떨어진다는 뜻이다. 스포츠 마케팅이 흔히 소수의 스타에게 예산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소비되는 것과 달리, 유니클로는 경기장을 채우는 사람 전체, 그리고 그 경기장을 둘러싼 동네 매장까지를 하나의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다음에 볼 것
당장 확인할 수 있는 다음 지점은 9월 3일이다. 이날부터 UTme!와 자수 서비스에 B리그 55개 클럽의 로고와 마스코트가 실제로 올라오고, 도입 매장이 94개점으로 늘어나는 과정을 통해 유니클로가 말한 '지역 밀착'이 매장 단위에서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홈경기장 인근 매장과의 제휴가 구체적으로 어느 도시부터 시작되는지도 지켜볼 지점이다. 더 큰 이벤트는 2027년 1월 아이치-나고야에서 열리는 올스타게임 위켄드다. 이때 처음 공개되는 선수 유니폼이 레퍼리웨어와 같은 '드라이EX·울트라스트레치' 라인의 연장인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디자인 언어를 쓰는지가 이번 파트너십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더 길게 보면, 이번 계약은 유니클로가 해외에서는 다저스 같은 초대형 구단과, 국내에서는 41개 도시에 흩어진 지역 클럽들과 동시에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면서 동시에 동네 상권에 뿌리를 둔 소매점이라는 두 정체성을 농구라는 하나의 종목 안에서 어떻게 조율하는지는, 앞으로 유니클로가 다른 종목이나 다른 나라의 지역 리그로 이 모델을 확장할지를 가늠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