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티셔츠 한 장에 최대 85만엔, 왜 긴자인가
웨버·메이플소프·아본 작품이 입는 옷이 되다
세계 각지의 빈티지 티셔츠를 모아온 컬렉터 네버랜드(NEVERLAND)가 8월 21일부터 30일까지 도쿄 긴자의 첼시 빈티지 룸(CHELSEA VINTAGE ROOM)에서 팝업 이벤트 'NEVERLAND IN CHELSEA VINTAGE ROOM'을 연다. 이번 팝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오래된 옷을 파는 자리가 아니라, 사진 예술사에 이름을 남긴 거장들의 작품이 옷이라는 매체를 통해 유통된다는 점 때문이다. 브루스 웨버, 로버트 메이플소프, 리처드 아본처럼 20세기 후반 패션·인물 사진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이미지가 프린트된 1980~90년대 티셔츠 약 60점이 한자리에 모이며, 가격은 3만엔부터 최대 85만엔까지 폭넓게 형성돼 있다. 옷을 산다기보다 사진 한 장을 소장한다는 감각에 가까운 소비가, 지금 긴자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팝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은 브루스 웨버가 촬영한 리버 피닉스의 포트레이트가 프린트된 1990년대 티셔츠로, 가격은 65만엔에 책정됐다. 리처드 아본이 찍은 존 레논의 포트레이트 티셔츠는 15만엔, 로버트 메이플소프가 촬영한 오노 요코의 포트레이트 티셔츠는 가격 응상담으로 나온다. 티셔츠 한 장에 수십만 엔대 가격이 붙는 건 흔한 일이 아니지만, 이 상품들은 단순 프린트 의류가 아니라 사진작가의 원본 이미지를 담은 한정 생산물이라는 점에서 다르게 읽힌다. 특히 웨버·메이플소프·아본은 각각 인물 사진, 신체와 정물, 패션 초상 사진에서 독자적 스타일을 구축한 이름들로, 이들의 작품이 갤러리나 사진집이 아니라 실제로 입을 수 있는 옷의 형태로 유통됐던 시기가 바로 1980~90년대였다. 네버랜드는 이 시기에 소량 제작되고 오랜 시간 유통을 거치며 희소해진 물건들을 세계 각지에서 수집해왔고, 이번 팝업은 그 컬렉션의 일부를 도쿄에서 공개하는 자리다. 전시·판매되는 약 60점 가운데는 이 세 작가의 작품 외에도 1990년대 하겐다즈 프린트 티셔츠 등 당대 대중문화를 담은 품목도 포함돼 있어, 순수 예술 사진과 일상 브랜드 굿즈가 같은 진열대에 놓이는 구성 자체가 눈길을 끈다.
왜 지금인가
빈티지 티셔츠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단순한 중고 의류 거래를 넘어, 특정 시대·특정 인물·특정 프린트를 기준으로 가치가 매겨지는 수집 시장으로 옮겨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밴드 티셔츠나 영화 프로모션 티셔츠가 경매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사례가 이어지며, 이제는 사진작가의 작품이 프린트된 의류까지 그 대상이 확장되는 모양새다. 브루스 웨버·로버트 메이플소프·리처드 아본은 패션 사진과 순수 예술 사진의 경계를 오간 작가들로, 이들의 이미지가 담긴 물건은 사진 애호가와 빈티지 의류 애호가 양쪽 모두의 관심을 동시에 끌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도쿄 긴자라는 장소성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긴자는 고급 편집숍과 갤러리가 밀집한 지역으로, 첼시 빈티지 룸처럼 빈티지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간에서 열리는 한정 기간 팝업은 그 자체로 정보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겨냥한 유통 방식이다. 8월 말이라는 시점 역시 가을 신상품 시즌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어야 하는 브랜드·리테일러들의 이벤트가 몰리는 때와 맞물린다.
다음에 볼 것
이번 팝업은 8월 21일부터 30일까지 단 열흘간, 도쿄 긴자의 첼시 빈티지 룸에서만 열리는 한정 이벤트다. 약 60점이라는 한정 수량과 3만엔에서 85만엔에 이르는 넓은 가격대를 고려하면, 관심 있는 소비자라면 품목별 가격과 재고 상황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편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노 요코 포트레이트 티셔츠처럼 가격이 응상담으로 책정된 품목은 협상 여지가 있다는 뜻이어서, 방문 전 예산과 우선순위를 정리해두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형태의 팝업이 반응을 얻는다면, 네버랜드가 도쿄 외 다른 지역이나 온라인을 통해 유사한 컬렉션을 추가로 선보일 가능성도 열려 있다. 사진 예술과 패션, 빈티지 수집이라는 세 축이 교차하는 이번 이벤트는 옷을 소비하는 방식이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을 수 있어, 앞으로 비슷한 기획이 이어질지 지켜볼 만하다. 첼시 빈티지 룸이라는 공간 자체도 함께 기억해둘 만하다. 빈티지 전문 매장에서 컬렉터 브랜드가 여는 기간 한정 팝업 형식은, 정해진 기간과 장소를 벗어나면 같은 조건으로 다시 만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방문 타이밍 자체가 구매 결정의 한 부분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