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즈 하우스 UN3D, 형제 디렉터로 남성복 캡슐 데뷔
산노베 형제가 그린 UN3D의 새 균형
마크스타일러가 운영해온 우먼즈 브랜드 '언스리드(UN3D.)'가 새 프로젝트 '언스리드 아더스(UN3D. OTHERS)'의 첫 컬렉션으로 남성복 캡슐 라인을 내놓는다. 언스리드가 인하우스로 남성복을 다룬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지만, 별도 캡슐 컬렉션으로 독립시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고객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브랜드가 남성복을 곁가지 상품이 아니라 아예 새 이름을 붙인 별도 프로젝트로 시장에 내놓는 사례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패션 신 안팎의 시선이 이번 발표에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복 브랜드가 남성복을 파생 라인이 아니라 새 프로젝트로 따로 떼어내 선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단순한 신제품 출시를 넘어 브랜드가 그동안 쌓아온 구조와 미의식을 다른 몸에 어떻게 옮겨 담을지를 시험하는 자리로 읽힌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캡슐의 상품개발과 디렉션, 크리에이티브를 총괄한 건 산노베 가즈노리·산노베 칸지 형제다. 이들은 스트리트 신에서 상징적인 이름인 '노웨어(NOWHERE)'와 '어 베이싱 에이프(A BATHING APE)'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지금은 여러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와 디렉션을 겸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여성복 전문 브랜드였던 언스리드가 이 형제를 영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존 우먼즈 라인의 실루엣과 디테일을 그대로 축소해 남성 사이즈로 옮기는 손쉬운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가격대도 폭넓게 짜였다. 캡은 7700엔으로 진입장벽을 낮췄고, 후디 4만6200엔, 스웨트 4만4000엔을 거쳐 아우터는 최대 7만2600엔까지 올라간다. 같은 발표에서 여성복 쪽 베스트(2만7500엔)도 함께 공개돼, 이번 프로젝트가 남성복 단독이 아니라 브랜드 전체의 균형을 다시 짜는 작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왜 지금인가
여성복 브랜드가 남성복으로 영역을 넓히는 시도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이번 사례가 눈에 띄는 이유는 접근 방식에 있다. 인하우스 파생 라인이 아니라 '아더스'라는 별도 프로젝트명을 붙이고, 외부 디렉터 두 명에게 상품개발부터 크리에이티브까지 전권을 맡겼다는 것은 브랜드가 남성 고객을 곁가지가 아니라 독립된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라미다스(RAMIDUS)', '뉴에라(NEW ERA)', '아비렉스(AVIREX)'처럼 스트리트 신에서 이미 이름값을 쌓은 브랜드와의 협업 라인을 나란히 붙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인지도 있는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방식은, 처음 남성 시장에 들어서는 브랜드가 짧은 시간에 신뢰를 끌어올리는 데 흔히 쓰는 전략이다. 산노베 형제처럼 노웨어·어 베이싱 에이프 출신 디렉터를 앞세운 선택 역시, 스트리트웨어에 익숙한 남성 소비자에게 언스리드라는 이름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려는 계산으로 읽을 수 있다. 여성복 브랜드가 남성복 시장에 들어설 때 흔히 겪는 어려움은 왜 이 브랜드가 남성복을 만드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인데, 언스리드는 그 답을 신제품의 완성도보다 누구에게 방향을 맡겼는가로 먼저 제시한 셈이다.
다음에 볼 것
발매는 8월 28일과 9월 21일, 두 시점에 걸쳐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드롭에서 어떤 아이템이 먼저 풀리고, 두 번째 시점에서 무엇이 더해지는지에 따라 라인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어 지켜볼 만하다. 라미다스·뉴에라·아비렉스와의 협업이 정확히 어떤 형태의 아이템으로 풀리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 협업들이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는지, 아니면 아더스 프로젝트의 정규 축으로 자리잡는지에 따라 프로젝트 전체의 무게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이번 캡슐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느냐가 언스리드의 다음 행보를 결정할 변수다. 첫 시도가 자리를 잡으면 아더스는 여성복 브랜드가 곁들이는 부업 같은 남성 라인이 아니라, 브랜드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캡슐이 스트리트 신 안에서 얼마나 화제를 모으느냐에 따라, 아더스가 다음 시즌에는 콜라보레이션 라인을 넘어 독자적인 디자인 라인으로까지 확장될지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