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대신 공기, 노스페이스가 꺼낸 60주년 실험복
복셀로프트, 다운 없는 보온의 다음 단계
도쿄 아오야마의 골드윈 본사 1층에서 특별전 '네버 스톱 익스플로링'이 10월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더 노스 페이스(TNF)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마련한 이 전시는 지난 6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회고전에 머물지 않고,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다음 세대 기술을 가장 먼저 공개하는 자리로 설계됐다. 전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전시물은 모코모코하게 부푼 흰색 실험복 한 벌이다. 오리나 거위의 깃털인 다운 대신 공기로 체온을 유지하는 신기술 '복셀로프트'를 적용한 옷으로, 아직 정식 상품화 전인 연구개발 단계의 결과물을 일반 관람객 앞에 먼저 꺼내놓았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보통 브랜드는 신기술을 발표회나 쇼룸에서 조심스럽게 공개하는데, TNF는 그 자리를 60년 역사를 정리하는 기념전 한가운데에 마련했다. 이 선택 자체가 기술과 역사를 분리해서 다루지 않고 하나의 연속된 서사로 보여주겠다는 브랜드의 태도를 드러내며, 보도자료 한 장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전시 공간의 맥락을 함께 읽어야 이 소식의 무게가 보인다. 완제품이 아니라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실험복을 관람객 눈앞에 그대로 세워둔 용기는, 60주년이라는 숫자를 단순한 축하 행사가 아니라 다음 60년을 다짐하는 선언으로 바꿔놓는다.
무엇이 달라졌나
복셀로프트는 의류 안쪽에 여러 겹의 작은 공기층을 만들어 보온성을 조절하는 구조다. 각 공기층을 10mm 이하로 유지하면서 기하학적 패턴으로 결합해 설계했는데, 이는 삼중 유리창처럼 여러 겹의 공기층으로 열을 가두는 건축용 단열재의 원리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접근이다. 기존 다운 제품은 깃털을 빽빽하게 채워 공기를 가두는 방식이라 한 번 완성되면 보온량을 조절하기 어렵고, 날씨가 바뀌면 옷을 벗거나 더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는 수밖에 없었다. 깃털이 눌리면 복원이 더뎌지고 습기를 먹으면 보온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도 다운의 오래된 약점이었다. 복셀로프트는 옷 안의 공기량 자체를 조절할 수 있어, 그런 착탈의 수고나 습기 걱정 없이도 쾌적한 보온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차이다. 이 기술은 도야마현 오야베시에 있는 연구개발 시설 '골드윈 테크 랩'에서 개발됐다. 상용화 속도는 전시보다 이미 한발 앞서 있다. 골드윈 자체 브랜드의 베스트 제품은 10월 9일 먼저 시장에 나왔고, TNF 브랜드로는 11월 말 첫 상품이 출시된다. 전시장의 실험복은 당장 팔리는 상품이 아니라, 이 기술이 일상복에서 앞으로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미리 보여주는 중간 단계의 결과물이다.
왜 지금인가
TNF가 이번 전시를 기획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참고점은 20년 전 40주년 특별전이었다. 당시 TNF 사업부장이었고 지금은 골드윈 사장을 맡고 있는 와타나베 다카오가 주도한 전시로, 중심에는 풀카본 뼈대로 만든 흰색 돔 텐트가 놓여 있었다. 눈 속에서 쓰는 등산용 텐트에는 보통 쓰지 않는 흰색을 과감히 골랐고, 카본 소재도 업계보다 앞서 도입했다. 상식을 벗어난 설계와 소재가 오히려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든 순간이었고, 그 전시를 지켜보며 자란 담당자들이 지금 60주년 전시를 기획하는 자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순환을 이룬다. 복셀로프트라는 실험적 신기술을 60주년에 다시 꺼내든 것은 그 전시가 남긴 메시지를 그대로 잇는 선택인 셈이다. 동시에 아웃도어 업계 전반이 동물에서 얻는 다운 대신 대체 보온 소재를 찾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깃털 채취 과정의 동물복지 문제, 습기에 약한 다운의 구조적 한계는 업계가 오래 안고 있던 숙제였고, 공기만으로 보온을 해결하는 접근은 그 숙제에 대한 답을 가장 상징적인 자리에서 가장 먼저 제시하는 셈이다. 신기술을 조용한 발표회가 아니라 60년 역사를 돌아보는 축제의 한가운데에 세운 것도 이 답에 자신감을 싣는 방식으로 읽힌다.
다음에 볼 것
TNF 담당자는 고소 등반용으로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아 시행착오 단계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다운을 쓰지 않고도 사람이 히말라야에 오를 수 있다면 더 가볍고 자유롭게 등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지향점을 분명히 밝혔다. 당장 눈앞의 관전 포인트는 11월 말 출시될 TNF 버전 복셀로프트 제품이 실제 일상 보온복으로서 다운 제품과 비교해 얼마나 경쟁력을 갖추는지다. 골드윈 브랜드 버전이 10월 9일 먼저 시장에 나온 만큼, 그 제품의 소비자 반응과 실사용 후기가 먼저 쌓일 것이고 이는 TNF 버전의 완성도를 가늠할 참고치가 될 것이다. 두 버전을 나란히 비교해 보면 같은 기술을 브랜드마다 어떻게 다르게 풀어내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 기술이 가벼운 일상복에서 극한의 고산 등반 장비로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얼마나 안전하게 올라가는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로 남는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아오야마 본사에서 계속되며, 60년을 쌓아온 브랜드가 다음 정상을 어디로 잡았는지 실험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상용화까지 아직 거쳐야 할 단계가 남아 있는 만큼, 이 실험복이 매장 진열대까지 내려오는 속도 자체가 TNF가 이 기술에 얼마나 확신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