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4 · FRI SEOUL VOL.02 / NO.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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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bound Visions, Inspired Living.
Beauty Health Technology Gastronomy Culture Dispat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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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lture 2026.08.17 5 min read Irang 글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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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Close Look

카사블랑카 FW26, 카이로 거리에서 찾은 리얼리티

스튜디오 대신 거리로 나간 파리 브랜드

카사블랑카가 2026 가을·겨울 캠페인의 무대로 이집트 카이로를 택했다. 리조트웨어와 실크 셔츠, 테니스 클럽 특유의 파스텔 색감으로 알려진 파리발 브랜드가 이번엔 매끈한 스튜디오 조명 대신 카이로의 뜨거운 햇살과 먼지 낀 골목, 오래된 시장의 소음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촬영은 사진가 테오 리우가 맡았고, 완성된 이미지들은 정제된 광고 화보라기보다 한 젊은 여행자가 낯선 도시를 눈에 담으며 남긴 다큐멘터리 여행일기에 가깝다. 매 시즌 캠페인 화보가 브랜드의 그 해 정체성을 압축해 보여주는 창구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엔 옷보다 도시와 그 안의 사람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도록 설계됐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이 캠페인이 패션 업계 안팎에서 회자되는 이유다.

무엇이 달라졌나

가장 큰 변화는 연출 방식이다. 카사블랑카는 그동안 리조트나 클럽하우스를 연상시키는 정돈된 세트에서 모델을 세우는 방식을 즐겨 써왔는데, 이번 FW26 캠페인은 그 문법을 의도적으로 걷어냈다. 테오 리우는 완벽하게 세팅된 컷 대신 거리에서 우연히 스친 순간들, 함께 나눈 식사 자리, 도시 특유의 부산스러운 활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카메라가 인물을 포즈 잡히게 세우기보다 뒤쫓듯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택한 셈이다. 그 결과 화면 안에는 피라미드나 옛 시가지 같은 카이로의 고대 유산과, 오토바이와 노점이 뒤섞인 현재진행형의 번잡한 도시 풍경이 나란히 담긴다. 두 시간대가 한 프레임에 공존하는 이 대비야말로 이번 캠페인이 반복해서 보여주려는 핵심 이미지다. 컬렉션 자체도 이 배경과 어우러지도록 짜였다. 카사블랑카 특유의 시그니처 컬러 블로킹 무드가 카이로의 흙빛 건축물과 강한 햇빛 아래에서 스튜디오와는 전혀 다른 채도로 발색되며, 옷이 도시 풍경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인상을 준다. 매끈하게 다림질된 화보 대신 살짝 흐트러진 순간들을 남긴 선택 하나로, 캠페인 전체의 인상이 '보여주기'에서 '동행하기'로 옮겨간 셈이다.

왜 지금인가

패션 캠페인이 촬영지를 선택하는 방식은 브랜드가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최근 몇 시즌 사이 여러 리조트웨어·시티웨어 브랜드들이 유럽의 익숙한 휴양지 대신 상대적으로 덜 소비된 도시로 카메라를 돌리는 흐름이 이어져 왔는데, 카이로는 그 흐름 안에서도 상징성이 큰 선택지다. 고대 문명의 이미지가 워낙 강한 도시이다 보니 자칫 관광 엽서 같은 그림이 되기 쉬운데, 카사블랑카는 다큐멘터리 톤을 택함으로써 그 함정을 피해가려 한 것으로 읽힌다. 스튜디오의 통제된 아름다움 대신 현장의 우연성을 남기는 연출은, 옷을 판다기보다 그 옷을 입고 세상을 탐험하는 태도를 판다는 신호에 가깝다. 가을·겨울 컬렉션임에도 사막의 태양 아래에서 촬영을 진행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계절과 촬영지의 기후가 어긋나 보이지만, 이는 오히려 이 브랜드가 계절보다 무드와 정서로 컬렉션을 규정해왔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결국 겨울옷을 입고도 여름 같은 도시를 걷는 이 부조화 자체가, 카사블랑카가 팔아온 것이 기후에 맞춘 실용성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자기 스타일을 지키는 태도였음을 새삼 보여주는 장치인 셈이다.

다음에 볼 것

이번 화보로 소개된 FW26 컬렉션은 카사블랑카의 시그니처인 실크 셔츠와 니트, 컬러 블로킹 아우터를 중심으로 순차 공개될 예정이다. 캠페인이 공개된 지금 시점에서 독자가 이어서 확인하면 좋은 지점은 실제 제품 출시 일정과 판매처다. 화보 속 룩이 매장과 온라인에 그대로 걸리기까지는 통상 몇 주의 시차가 있는 만큼, 브랜드 공식 채널과 편집숍 입고 소식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이 캠페인이 앞으로 카사블랑카의 룩북이나 다음 시즌 화보 문법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스튜디오를 벗어나 실제 도시의 질감을 담는 방식이 이번 한 시즌의 실험으로 끝날지, 아니면 브랜드의 새로운 기본값으로 자리 잡을지에 따라 카사블랑카가 앞으로 어떤 도시들을 다음 무대로 호명할지도 달라질 것이다. 리조트웨어 브랜드들이 촬영지를 통해 취향의 지도를 넓혀가는 흐름 안에서, 카이로는 그 다음 행선지들을 가늠하는 하나의 이정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Casablanca'sCampaign Takes UsThroughStreetsCairo Casablanca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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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 FW26, 카이로 거리에서 찾은 리얼리티

스튜디오 대신 거리로 나간 파리 브랜드

2026.08.17 · 5 min · Irang

카사블랑카가 2026 가을·겨울 캠페인의 무대로 이집트 카이로를 택했다. 리조트웨어와 실크 셔츠, 테니스 클럽 특유의 파스텔 색감으로 알려진 파리발 브랜드가 이번엔 매끈한 스튜디오 조명 대신 카이로의 뜨거운 햇살과 먼지 낀 골목, 오래된 시장의 소음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촬영은 사진가 테오 리우가 맡았고, 완성된 이미지들은 정제된 광고 화보라기보다 한 젊은 여행자가 낯선 도시를 눈에 담으며 남긴 다큐멘터리 여행일기에 가깝다. 매 시즌 캠페인 화보가 브랜드의 그 해 정체성을 압축해 보여주는 창구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엔 옷보다 도시와 그 안의 사람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도록 설계됐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이 캠페인이 패션 업계 안팎에서 회자되는 이유다.

무엇이 달라졌나

가장 큰 변화는 연출 방식이다. 카사블랑카는 그동안 리조트나 클럽하우스를 연상시키는 정돈된 세트에서 모델을 세우는 방식을 즐겨 써왔는데, 이번 FW26 캠페인은 그 문법을 의도적으로 걷어냈다. 테오 리우는 완벽하게 세팅된 컷 대신 거리에서 우연히 스친 순간들, 함께 나눈 식사 자리, 도시 특유의 부산스러운 활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카메라가 인물을 포즈 잡히게 세우기보다 뒤쫓듯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택한 셈이다. 그 결과 화면 안에는 피라미드나 옛 시가지 같은 카이로의 고대 유산과, 오토바이와 노점이 뒤섞인 현재진행형의 번잡한 도시 풍경이 나란히 담긴다. 두 시간대가 한 프레임에 공존하는 이 대비야말로 이번 캠페인이 반복해서 보여주려는 핵심 이미지다. 컬렉션 자체도 이 배경과 어우러지도록 짜였다. 카사블랑카 특유의 시그니처 컬러 블로킹 무드가 카이로의 흙빛 건축물과 강한 햇빛 아래에서 스튜디오와는 전혀 다른 채도로 발색되며, 옷이 도시 풍경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인상을 준다. 매끈하게 다림질된 화보 대신 살짝 흐트러진 순간들을 남긴 선택 하나로, 캠페인 전체의 인상이 '보여주기'에서 '동행하기'로 옮겨간 셈이다.

왜 지금인가

패션 캠페인이 촬영지를 선택하는 방식은 브랜드가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최근 몇 시즌 사이 여러 리조트웨어·시티웨어 브랜드들이 유럽의 익숙한 휴양지 대신 상대적으로 덜 소비된 도시로 카메라를 돌리는 흐름이 이어져 왔는데, 카이로는 그 흐름 안에서도 상징성이 큰 선택지다. 고대 문명의 이미지가 워낙 강한 도시이다 보니 자칫 관광 엽서 같은 그림이 되기 쉬운데, 카사블랑카는 다큐멘터리 톤을 택함으로써 그 함정을 피해가려 한 것으로 읽힌다. 스튜디오의 통제된 아름다움 대신 현장의 우연성을 남기는 연출은, 옷을 판다기보다 그 옷을 입고 세상을 탐험하는 태도를 판다는 신호에 가깝다. 가을·겨울 컬렉션임에도 사막의 태양 아래에서 촬영을 진행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계절과 촬영지의 기후가 어긋나 보이지만, 이는 오히려 이 브랜드가 계절보다 무드와 정서로 컬렉션을 규정해왔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결국 겨울옷을 입고도 여름 같은 도시를 걷는 이 부조화 자체가, 카사블랑카가 팔아온 것이 기후에 맞춘 실용성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자기 스타일을 지키는 태도였음을 새삼 보여주는 장치인 셈이다.

다음에 볼 것

이번 화보로 소개된 FW26 컬렉션은 카사블랑카의 시그니처인 실크 셔츠와 니트, 컬러 블로킹 아우터를 중심으로 순차 공개될 예정이다. 캠페인이 공개된 지금 시점에서 독자가 이어서 확인하면 좋은 지점은 실제 제품 출시 일정과 판매처다. 화보 속 룩이 매장과 온라인에 그대로 걸리기까지는 통상 몇 주의 시차가 있는 만큼, 브랜드 공식 채널과 편집숍 입고 소식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이 캠페인이 앞으로 카사블랑카의 룩북이나 다음 시즌 화보 문법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스튜디오를 벗어나 실제 도시의 질감을 담는 방식이 이번 한 시즌의 실험으로 끝날지, 아니면 브랜드의 새로운 기본값으로 자리 잡을지에 따라 카사블랑카가 앞으로 어떤 도시들을 다음 무대로 호명할지도 달라질 것이다. 리조트웨어 브랜드들이 촬영지를 통해 취향의 지도를 넓혀가는 흐름 안에서, 카이로는 그 다음 행선지들을 가늠하는 하나의 이정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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