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4 · FRI SEOUL VOL.02 / NO.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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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lture 2026.08.16 5 min read Irang 글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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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Close Look

국민 백화점 M&S, 컬트 라벨과 손을 잡다

세인트 마이클, 서브컬처의 손을 빌려 귀환하다

영국 대중 백화점 마크스 앤 스펜서(M&S)가 런던의 컬트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에어리스(Aries)와 손잡고 26피스 규모의 협업 컬렉션을 내놓았다. 두 브랜드의 조합은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M&S는 영국 가정마다 카디건과 속옷을 채워 넣던 생활 밀착형 백화점이고, 에어리스는 런던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자란 서브컬처 라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협업이 눈길을 끄는 진짜 이유는 단순한 이종 결합이 아니라, M&S가 오랫동안 창고에 묻어뒀던 헤리티지 라벨 세인트 마이클(St Michael)을 다시 꺼내 들었다는 데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자체 브랜드가 컬트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완전히 다른 세대의 옷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 이것이 지금 패션 신이 이 협업을 주목하는 지점이다. 옷 한 벌의 유행이 아니라, 한 나라의 국민 브랜드가 스스로의 취향을 다시 정의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 소식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컬렉션은 M&S의 빈티지 아카이브에서 출발한다. 에어리스는 세인트 마이클 라벨이 상징하던 프레피 클래식, 즉 핀스트라이프 블레이저와 단정한 가디건 같은 전형적인 '중산층 교복' 이미지를 가져와 자신들의 서브컬처적 시선으로 리믹스했다. 결과물은 총 26피스로, 격식 있는 테일러링과 편안한 스포츠웨어가 한 라인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핀스트라이프 블레이저와 프레피 가디건 옆에 그래픽 후디가 나란히 걸리고, 심지어 짝을 맞춘 속옷 세트까지 라인업에 포함됐다. 과거 M&S의 협업들이 대체로 '고급화'나 '캐주얼 라인 추가'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번엔 브랜드의 정체성 자체, 다시 말해 단정하고 무난한 국민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서브컬처의 언어로 다시 쓰는 작업에 가깝다. 즉 옷 몇 벌을 더 파는 협업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 사이에 끊겨 있던 취향의 계보를 다시 잇는 시도라는 점이 이전 사례들과 갈린다. 클래식한 실루엣은 그대로 두되 소재와 배치, 함께 놓이는 아이템의 조합만으로 완전히 다른 무드를 만들어낸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왜 지금인가

하이스트리트 브랜드와 컬트 디자이너의 협업은 최근 몇 년간 패션 업계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돼 온 공식이다. 대형 유통 브랜드는 매장 볼륨과 접근성을 갖고 있지만 취향에 대한 발언권이 약하고, 반대로 에어리스 같은 소규모 컬트 라벨은 문화적 신뢰도는 높지만 물리적 확장력이 제한적이다. 이 둘이 만나면 서로의 약점을 메운다. 특히 M&S 입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부모 세대의 브랜드로 여겨지던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는데, 이번 협업은 그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아카이브를 그대로 복각하지 않고 서브컬처 디자이너의 필터를 통과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래된 라벨을 향수 마케팅으로 소비하는 대신, 그 라벨이 원래 가졌던 동네 옷장의 표준이라는 정서를 지금 세대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번역한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익숙한 실루엣을 낯선 조합으로 다시 만나는 경험은,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를 접할 때보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이점이 있다. 경쟁 구도로 보면 다른 하이스트리트 체인들도 저마다 자체 헤리티지 라벨을 갖고 있는 만큼, 세인트 마이클이라는 이름을 먼저 꺼내 든 타이밍 자체가 단순 복고가 아니라 재해석이 통하는 지금의 시장 분위기를 정확히 읽은 결과로 보인다.

다음에 볼 것

26피스라는 규모는 결코 작지 않은 라인업이어서, 실제 매장과 온라인에서 어떤 조합이 먼저 소진되는지가 이 협업의 성패를 가늠할 첫 지표가 될 것이다. 핀스트라이프 테일러링처럼 정장에 가까운 아이템과 그래픽 후디처럼 캐주얼한 아이템이 나란히 걸릴 때 소비자가 실제로 어느 쪽에 먼저 반응하는지는, M&S가 앞으로 세인트 마이클 라인을 정기 협업 시리즈로 이어갈지 판단하는 근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런던을 기점으로 공개된 만큼 온라인 판매가 다른 지역으로 얼마나 넓게 열리는지, 오프라인 매대 구성이 런던 플래그십과 지방 매장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이번 협업이 반응을 얻는다면, 하이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저마다 창고에 묻어둔 헤리티지 서브 라벨을 컬트 디자이너와 함께 다시 꺼내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오래된 이름 하나가 다음 세대의 옷장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이번 협업이 먼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M&SCultBritishMarks & SpencerLondonA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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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백화점 M&S, 컬트 라벨과 손을 잡다

세인트 마이클, 서브컬처의 손을 빌려 귀환하다

2026.08.16 · 5 min · Irang

영국 대중 백화점 마크스 앤 스펜서(M&S)가 런던의 컬트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에어리스(Aries)와 손잡고 26피스 규모의 협업 컬렉션을 내놓았다. 두 브랜드의 조합은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M&S는 영국 가정마다 카디건과 속옷을 채워 넣던 생활 밀착형 백화점이고, 에어리스는 런던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자란 서브컬처 라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협업이 눈길을 끄는 진짜 이유는 단순한 이종 결합이 아니라, M&S가 오랫동안 창고에 묻어뒀던 헤리티지 라벨 세인트 마이클(St Michael)을 다시 꺼내 들었다는 데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자체 브랜드가 컬트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완전히 다른 세대의 옷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 이것이 지금 패션 신이 이 협업을 주목하는 지점이다. 옷 한 벌의 유행이 아니라, 한 나라의 국민 브랜드가 스스로의 취향을 다시 정의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 소식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컬렉션은 M&S의 빈티지 아카이브에서 출발한다. 에어리스는 세인트 마이클 라벨이 상징하던 프레피 클래식, 즉 핀스트라이프 블레이저와 단정한 가디건 같은 전형적인 '중산층 교복' 이미지를 가져와 자신들의 서브컬처적 시선으로 리믹스했다. 결과물은 총 26피스로, 격식 있는 테일러링과 편안한 스포츠웨어가 한 라인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핀스트라이프 블레이저와 프레피 가디건 옆에 그래픽 후디가 나란히 걸리고, 심지어 짝을 맞춘 속옷 세트까지 라인업에 포함됐다. 과거 M&S의 협업들이 대체로 '고급화'나 '캐주얼 라인 추가'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번엔 브랜드의 정체성 자체, 다시 말해 단정하고 무난한 국민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서브컬처의 언어로 다시 쓰는 작업에 가깝다. 즉 옷 몇 벌을 더 파는 협업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 사이에 끊겨 있던 취향의 계보를 다시 잇는 시도라는 점이 이전 사례들과 갈린다. 클래식한 실루엣은 그대로 두되 소재와 배치, 함께 놓이는 아이템의 조합만으로 완전히 다른 무드를 만들어낸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왜 지금인가

하이스트리트 브랜드와 컬트 디자이너의 협업은 최근 몇 년간 패션 업계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돼 온 공식이다. 대형 유통 브랜드는 매장 볼륨과 접근성을 갖고 있지만 취향에 대한 발언권이 약하고, 반대로 에어리스 같은 소규모 컬트 라벨은 문화적 신뢰도는 높지만 물리적 확장력이 제한적이다. 이 둘이 만나면 서로의 약점을 메운다. 특히 M&S 입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부모 세대의 브랜드로 여겨지던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는데, 이번 협업은 그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아카이브를 그대로 복각하지 않고 서브컬처 디자이너의 필터를 통과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래된 라벨을 향수 마케팅으로 소비하는 대신, 그 라벨이 원래 가졌던 동네 옷장의 표준이라는 정서를 지금 세대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번역한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익숙한 실루엣을 낯선 조합으로 다시 만나는 경험은,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를 접할 때보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이점이 있다. 경쟁 구도로 보면 다른 하이스트리트 체인들도 저마다 자체 헤리티지 라벨을 갖고 있는 만큼, 세인트 마이클이라는 이름을 먼저 꺼내 든 타이밍 자체가 단순 복고가 아니라 재해석이 통하는 지금의 시장 분위기를 정확히 읽은 결과로 보인다.

다음에 볼 것

26피스라는 규모는 결코 작지 않은 라인업이어서, 실제 매장과 온라인에서 어떤 조합이 먼저 소진되는지가 이 협업의 성패를 가늠할 첫 지표가 될 것이다. 핀스트라이프 테일러링처럼 정장에 가까운 아이템과 그래픽 후디처럼 캐주얼한 아이템이 나란히 걸릴 때 소비자가 실제로 어느 쪽에 먼저 반응하는지는, M&S가 앞으로 세인트 마이클 라인을 정기 협업 시리즈로 이어갈지 판단하는 근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런던을 기점으로 공개된 만큼 온라인 판매가 다른 지역으로 얼마나 넓게 열리는지, 오프라인 매대 구성이 런던 플래그십과 지방 매장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이번 협업이 반응을 얻는다면, 하이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저마다 창고에 묻어둔 헤리티지 서브 라벨을 컬트 디자이너와 함께 다시 꺼내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오래된 이름 하나가 다음 세대의 옷장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이번 협업이 먼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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