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의 상징 더 로우, 보헤미안으로 자유를 더하다
2027 S/S, 즉흥과 우연이 만든 새로운 자유
더 로우(THE ROW)가 2027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보헤미안 무드를 전면에 끌어들였다. 올센 자매(메리케이트·애슐리 올슨)가 2005년 설립한 이래, 이 브랜드는 과잉 장식을 배제한 절제된 실루엣과 예외적인 원단 사용으로 미니멀의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수많은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참고하는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 실루엣 하나, 바느질 선 하나까지 군더더기를 걷어내는 쪽으로 20년 넘게 일관해 온 하우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변화는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사건이다. 이번 시즌에는 티롤리안 테이프를 닮은 가느다란 벨트, 3연 비드 목걸이, 프린지 장식 자카드 스카프 같은 히피 감성의 디테일이 전면에 등장했다. 언뜻 보면 미니멀 브랜드의 노선 전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설립 때부터 품어온 자유로움이라는 정체성이 이번에 비로소 선명하게 드러난 결과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리 높여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컬렉션 전체를 관통하는 자유분방한 기류는 이전 어느 시즌보다 힘 있게 느껴졌고, 절제의 대명사였던 브랜드가 보여준 뜻밖의 유연함이 바로 이 컬렉션을 패션계가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다.
무엇이 달라졌나
퍼스트룩부터 변화가 감지된다. 테일러드 팬츠에 오래 입어 온 듯한 워시 가공 탱크톱을 매치한 것은 더 로우 특유의 자유로운 무드지만, 여기에 티롤리안 테이프 같은 얇은 벨트와 히피풍 3연 비즈 목걸이를 더한 점이 새롭다. 사소해 보이는 디테일이지만, 장식을 극도로 절제해온 브랜드이기에 오히려 시선을 끈다. 리버 레이스 손수건을 직접 리폼한 듯한 무드의 코튼 캐미솔, 프린지 장식이 달린 긴 자카드 스카프를 목에 두른 홀터넥 튜닉도 같은 맥락이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칠 법한 일상적인 원단을 가져와 정교하게 재구성하는 더 로우 특유의 솜씨가 여기서도 발휘됐다. 가장 상징적인 아이템은 터키, 남인도, 태국의 시장에서 발견했을 법한 꽃무늬와 마드라스 체크 원단 두 가지를 가슴께에서 교차시켜 완성한 사리풍 브라톱이다. 장신구 역시 과거와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 프랑스 디자이너 리느 보트랑(Line Vautrin)이 미드센추리 시기에 남긴 타로셀 글라스, 미러 메탈, 브론즈 소재에 실버로 테두리를 두른 앤티크 코인까지, 빈티지와 핸드메이드를 넘나드는 주얼리로 스타일을 완성했다. 절제된 실루엣 안에 이국적 정서와 수공예적 질감을 동시에 품은 조합은 이전 시즌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레이어다.
왜 지금인가
이 변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더 로우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와의 거리 때문이다. 이 브랜드는 장식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럭셔리를 증명해온 대표적인 하우스로 꼽혀왔고, 그 절제미는 숱한 미니멀 트렌드의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 그런 더 로우가 보헤미안이라는, 얼핏 정반대로 보이는 무드를 받아들였다는 사실 자체가 패션계에 던지는 질문이 있다. 미니멀과 맥시멀, 절제와 자유를 서로 다른 진영으로 나누던 오래된 구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이번 컬렉션이 보여주는 보헤미안은 복고풍 유행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여행과 우연한 발견이라는 개인적 경험을 옷으로 번역한 결과에 가깝다. 이국의 시장에서 우연히 손에 넣은 원단과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섞어 즉흥적으로 스타일을 완성해가는 여성의 이미지가 컬렉션 전체에 깔려 있다. 이는 최근 패션 소비자들이 완결된 룩을 통째로 구매하기보다 시간과 경험을 거쳐 자신만의 조합을 쌓아가는 방식을 선호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브랜드가 제시하는 완성형 스타일링이 아니라, 입는 사람이 자기 서사를 더해갈 여지를 남겨둔다는 점에서 이번 접근은 단순한 테마 변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매 시즌 비슷한 실루엣을 변주해온 브랜드가 이질적인 문화적 레퍼런스를 끌어들이는 시점 자체도 곱씹어볼 만하다. 패션이 한 가지 공식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지역, 다른 시대의 물성을 자기 언어로 소화해내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볼 것
이번 컬렉션이 실제 매장에 걸릴 때 눈여겨볼 지점은 명확하다. 우선 사리풍 브라톱이나 프린지 스카프 튜닉처럼 이국적 원단을 활용한 피스들이 더 로우 특유의 절제된 테일러링과 어떻게 섞여 실제 착장으로 완성되는지다.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두 요소, 즉 미니멀한 실루엣과 보헤미안 디테일이 한 벌 안에서 균형을 이루는 방식은 이후 시즌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하나의 공식이 될 수 있다. 리느 보트랑의 빈티지 주얼리처럼 특정 시대, 특정 작가의 오브제를 룩에 결합하는 스타일링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단순히 액세서리를 더하는 차원을 넘어, 소비자에게 빈티지 주얼리나 공예품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로우가 그동안 패션계에 미친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번 시즌의 보헤미안 무드는 비슷한 포지션의 다른 컨템포러리 브랜드로도 번져갈 공산이 크다. 특히 여행지에서의 우연한 발견과 개인의 수집품을 뒤섞어 스타일을 완성해가는 이미지는, 옷장을 브랜드의 신상품으로 채우기보다 시간을 들여 자신만의 아카이브를 쌓아가고 싶어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정서와도 잘 맞물린다. 절제된 미니멀 안에 개인적 서사와 수공예적 디테일을 담는 방식이 한 시즌의 유행어로 그칠지, 더 로우라는 브랜드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축으로 자리잡을지는 앞으로 이어질 시즌들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