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하만, 나고야 게이트타워몰에 취향을 쌓다
5년 만의 신규 매장, 네 가지 협업으로 상권을 읽다
캘리포니아 라이프스타일을 편집해 파는 멀티브랜드 셀렉트숍 론 하만이 11월 13일, 나고야역에 바로 연결된 쇼핑몰 타카시마야 게이트타워몰에 새 매장을 연다. 2009년 일본에 진출해 도쿄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매장을 늘려온 이 브랜드가 신규 출점을 하는 건 5년 만의 일이라, 단순한 지점 확장 이상의 의미로 읽힌다. 더 눈에 띄는 건 문을 여는 방식이다. 노면 매장처럼 보이도록 우드 루버로 외관을 짜고, 안으로 들어서면 캘리포니아식 개방감과 모던하고 정갈한 공간감을 한 공간에 섞어 두었다. 동시에 이탈리아 럭셔리 슈즈 브랜드부터 미국 대중 기본의류 브랜드까지 성격이 전혀 다른 네 곳과 각각의 협업 라인을 한꺼번에 선보인다. 매장 하나를 여는 데 이렇게 많은 레이어를 겹쳐 쌓는 방식은, 론 하만이 '어디에 있든 똑같은 셀렉트숍'이 아니라 '그 동네의 공기를 읽고 들어오는 매장'이라는 정체성을 5년이 지난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나고야라는 도시, 그리고 캐릭터숍과 생활형 매장이 밀집한 게이트타워몰이라는 상권을 론 하만이 어떻게 해석했는지가 이번 오픈의 진짜 관전 포인트다. 셀렉트숍이 로컬 상권에 처음 발을 들일 때 내놓는 구성은, 그 브랜드가 그 동네를 어떤 소비층으로 읽었는지를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협업 구성이 보여주는 건 가격대와 취향을 동시에 끌어안으려는 전략이다. 이스탄불 기반 럭셔리 브랜드 나키에와는 트렌치코트(33만3000엔)와 레더 재킷(55만5000엔) 두 가지를 매장 한정으로 내놓는다. 트렌치코트는 레더 칼라로 샤프한 포인트를 주고 벨트에 프릴을 더해 클래식한 더블브레스트 실루엣을 비튼 형태이고, 레더 재킷은 크로커다일 패턴을 찍은 네이비 컬러로, 입을수록 가죽이 부드러워지며 길들여지는 쪽을 택했다. 이탈리아 토즈와의 협업 라인에서는 정규 아이템인 사이드고어부츠(15만2900엔)를 블랙 스웨이드로 새로 냈는데, 바지부터 스커트와 원피스까지 두루 받아주는 토즈 특유의 범용성에 소재만 바꿔 깊이를 더한 선택이다. 반대쪽 끝에는 미국 대중 기본의류 브랜드 프루트 오브 더 룸과의 첫 협업인 3점 세트(2만8600엔)가 있다. 스웨트 1종과 롱슬리브 티셔츠 2종을 묶은 구성으로, 블랙·네이비·화이트 세 가지 매장 한정 컬러로 색을 겹쳐 입는 이번 시즌 스타일링을 그대로 구현했다. 여기에 영국 레더 전문 브랜드 아니아 힌드마치는 피너츠와의 스누피 50주년 협업으로 스팽글과 비즈로 수놓은 파티백, 실버 레더 카드케이스를 선보이고, 론 하만 자체 레이블에서는 매년 반응이 좋은 폭스 캐시미어 니트(3만9600엔)에 새 컬러 핑크를 추가했다. 럭셔리 두 곳, 대중 기본의류 한 곳, 캐릭터 협업 한 곳을 같은 매장 오픈에 동시에 배치한 건, 한 가지 톤으로 승부하던 과거 매장 오픈과는 분명히 다른 접근이다.
왜 지금인가
론 하만이 일본에서 신규 매장을 여는 데 5년을 쓴 건, 이 브랜드가 매장 수를 불리는 쪽이 아니라 상권을 고르는 쪽에 무게를 둔다는 뜻으로 읽힌다. 2009년 일본에 들어와 사자비 리그가 전 사업을 인수한 2019년 이후로도 중심축은 계속 도쿄와 오사카였다. 그 축을 벗어나 나고야로 넘어가는 이번 출점이 가벼운 확장이 아니라, 도쿄·오사카 다음으로 어디를 고를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보이는 이유다. 협업 구성을 보면 그 답이 더 명확해진다. 럭셔리 브랜드 둘, 대중 기본의류 하나, 캐릭터 협업 하나를 같은 오픈에 동시에 배치한 건, 한 동네 안에도 지갑 사정과 취향이 다른 손님이 섞여 있다는 걸 전제로 짠 포트폴리오다. 더구나 게이트타워몰은 캐릭터 스토어와 생활 밀착형 편의 매장이 주축인 상권이다. 하이엔드 셀렉트숍이 이런 자리에 들어갈 때는 기존 입점 브랜드와 겹치지 않으면서도 그 동네 유동인구를 끌어올 조합이 필요한데, 론 하만은 피너츠 스누피 50주년 협업처럼 대중적으로 친근한 캐릭터 라인을 끼워 넣어 그 간극을 메웠다. 럭셔리 셀렉트숍이 캐릭터 상권에 섞여 들어가는 방식치고는 꽤 치밀한 설계다. 매장 하나의 상품 구성이 이렇게 다층적이라는 건, 론 하만이 이 지역을 단일한 취향 집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소비층이 겹쳐 있는 곳으로 읽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음에 볼 것
당장 확인할 건 11월 13일 오픈 당일의 반응과, 나키에·토즈·아니아 힌드마치·프루트 오브 더 룸 네 라인 중 어느 쪽이 먼저 품절되는지다. 가격만 봐도 구성이 극과 극이다. 나키에 레더 재킷(55만5000엔)과 트렌치코트(33만3000엔)는 론 하만 협업 라인 중에서도 상위권 가격대고, 반대편의 프루트 오브 더 룸 3점 세트(2만8600엔)는 누구나 집어볼 수 있는 선에 있다. 이 양극단이 같은 매장에서 같은 날 팔리기 시작한다는 점이, 이번 오픈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더 길게 봐야 할 건 이 나고야 출점이 '도쿄·오사카 다음'을 여는 신호인지 여부다. 사자비 리그 체제 이후 처음으로 두 도시 바깥에 매장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후 나고야 매장의 매출과 반응이 좋다면 다른 주요 지역으로의 확장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이번 매장이 조용히 묻힌다면, 론 하만은 한동안 다시 도쿄·오사카 안에서만 밀도를 높이는 쪽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번 협업처럼 럭셔리와 대중 기본의류를 한 매장에 같이 놓는 조합이 다음 출점에서도 반복되는지를 지켜보면, 이 브랜드가 어떤 공식을 굳히고 있는지 보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