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3 · FRI SEOUL VOL.02 / NO.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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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y Health Technology Gastronomy Culture Dispat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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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lture 2026.10.06 6 min read Irang 글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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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Close Look

가우티에, 네덜란드 민속으로 몸을 다시 쓰다

거울 속에서 전통과 몸이 겹쳐진 무대

디자이너 뒤란 란티크가 장 폴 고티에의 수석 디자이너로 부임한 지 1년, 이번에는 전라 수트 대신 네덜란드 전통 의상을 꺼내 들었다. 지난해 데뷔 무대에서 알몸처럼 보이는 바디 수트로 파리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가, 2026년 10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공개한 2027년 봄여름 컬렉션은 체크무늬와 타탄, 꽃무늬 같은 네덜란드 민속 프린트를 가져와 더 밝고 날카롭게 다듬은 무대였다. 무대가 열린 곳은 팔레 드 도쿄, 공간 전체를 거울로 채워 관객이 어느 자리에 앉든 옷과 자기 자신을 동시에 비춰 보게 만든 구성이 특히 화제가 됐다. 이 쇼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그가 평소 즐겨 쓰던 도발적인 전략, 즉 신체 노출과 충격을 버린 게 아니라 전통 의상이라는 전혀 다른 재료 위에 그대로 얹었다는 점에 있다. 체크무늬와 타탄 같은 민속 요소는 그 자체로는 단정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가지지만, 가우티에의 손을 거치며 80년대 이비자의 파티 무드와 마녀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가 뒤섞였다. 전통 의상이라는 다소 예상 밖의 재료를 택했음에도, 결과물은 여전히 신체를 전면에 내세우는 가우티에 특유의 문법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패션 매체들의 반응이 뜨겁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소재의 원천이다. 란티크는 네덜란드 전통 의상과 프린트 아카이브를 뒤져 체크무늬, 타탄, 꽃무늬 모티프를 가져왔고, 이를 민속적 색채는 그대로 두되 더 밝고 선명한 색감으로 다음 세대에 맞게 다듬었다. 대표적인 예가 1900년대 즈음의 앤티크 케이프를 코튼으로 다시 제작한 의상으로, 자수로 단 작은 벨이 데님과 스커트, 코트 곳곳에서 흔들리며 소리를 낸다. 전통 의상이 가진 장식성을 입는 사람의 움직임과 소리로까지 확장한 셈이다. 동시에 테일러링 라인은 어깨를 앞으로 기운 새로운 실루엣과 정교한 암홀, 하모니카를 접은 듯한 라펠로 각을 세웠고, 트렌치코트와 카고 팬츠가 실용적인 무게감을 더했다. 가우티에의 상징인 콘 브라는 가죽 소재로 돌아왔고, 레이어 사이로 살짝 비치게 배치되며 과거 시즌보다 더 절제된 방식으로 등장했다. 란티크가 과거 쿠튀르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사각 네크라인도 봄버 재킷 위에 다시 등장해, 그의 디자인 언어가 메인 라인으로 꾸준히 옮겨오고 있음을 보여줬다. 머리에서부터 늘어지는 퍼포레이션 가죽 드레스처럼, 전통과 신체 노출이라는 두 축이 한 벌의 옷 안에서 동시에 작동한 점이 이전 시즌과 가장 다른 지점이다.

왜 지금인가

란티크가 지난해 수석 디자이너로 부임했을 때부터 그의 방향은 분명했다. 헤드라인을 만들 만한 신체 노출과 전통적인 쿠튀르 기법의 충돌이었다. 이번 시즌 민속 의상을 끌어온 선택은 그 방향의 연장선이면서도, 한 단계 더 나아간 실험으로 읽힌다. 시즌마다 몸을 중심에 두는 접근이 업계 전반에서 반복되는 가운데, 전통 의상이라는 재료는 그 반복 속에서도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통로였던 셈이다. 민속 프린트와 자수, 장식용 벨 같은 수공예적 요소를 가져오면서도 색감과 비율을 현대적으로 정리한 것은, 전통을 그대로 복제하는 대신 다음 세대 소비자가 입을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팔레 드 도쿄의 거울 설치 역시 단순한 무대 장치가 아니라, 관객 스스로를 컬렉션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패션 하우스들이 매 시즌 더 강한 스펙터클을 요구받는 지금, 가우티에는 전통이라는 오래된 재료와 거울이라는 체험형 장치를 함께 써서 화제성과 브랜드 정체성을 동시에 지키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시즌 여러 하우스가 민속 의상이나 지역 전통에서 참조점을 가져오는 흐름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반복되는 트렌드에 지친 소비자들이 수공예적 서사와 지역색이 담긴 디자인에 더 끌리는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동시에 지금의 패션쇼는 단순히 옷을 보여주는 자리를 넘어, 관객이 사진이나 영상으로 공유할 만한 장면을 만들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거울로 가득 찬 공간에서 자신의 모습이 컬렉션과 함께 반사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공유되기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이는 화제성을 수치화하기 어려운 시대에 브랜드가 택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다음에 볼 것

이번 쇼는 기성복, 즉 레디투웨어 라인으로 공개됐다. 란티크가 쿠튀르 컬렉션에서 먼저 보여줬던 사각 네크라인 같은 디테일이 메인 라인으로 옮겨온 것을 보면, 앞으로도 쿠튀르에서 먼저 실험한 요소가 시즌을 두고 기성복으로 내려오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제품이 매장에 걸리는 시점과 가격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코튼으로 재해석된 앤티크 케이프나 벨 장식 데님처럼 수공예적 디테일이 들어간 제품은 통상적인 레디투웨어보다 높은 가격대로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으로 지켜볼 지점은 란티크가 다음 시즌에도 신체 노출과 전통 소재의 충돌이라는 공식을 이어갈지, 아니면 또 다른 문화적 원천으로 옮겨갈지다. 그가 데뷔 이후 매 시즌 전혀 다른 참조점을 꺼내 들며 화제를 만들어온 만큼, 다음 쇼에서 어떤 의상 전통이나 지역 문화를 가져올지가 이 브랜드를 따라가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궁금한 지점으로 남는다. 가우티에가 전통을 다루는 방식이 매 시즌 달라진다면, 그 변주 자체가 이 하우스의 새로운 시그니처가 될 수도 있다. 레디투웨어 쇼는 보통 발표 후 반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매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이번 컬렉션도 2027년 초반에 순차적으로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그 사이에 이번 시즌 선보인 민속 모티프가 액세서리나 캠페인 이미지로 먼저 변주되어 등장할 수도 있다. 이런 흐름을 미리 눈여겨봐 두면, 실제 제품이 나왔을 때 쇼에서 본 디테일 중 무엇이 그대로 살아남았고 무엇이 매장용으로 조정됐는지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Jean Paul GaultierLookedDutch FolkloreQuirkyShowcaseDuran Lant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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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티에, 네덜란드 민속으로 몸을 다시 쓰다

거울 속에서 전통과 몸이 겹쳐진 무대

2026.10.06 · 6 min · Irang

디자이너 뒤란 란티크가 장 폴 고티에의 수석 디자이너로 부임한 지 1년, 이번에는 전라 수트 대신 네덜란드 전통 의상을 꺼내 들었다. 지난해 데뷔 무대에서 알몸처럼 보이는 바디 수트로 파리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가, 2026년 10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공개한 2027년 봄여름 컬렉션은 체크무늬와 타탄, 꽃무늬 같은 네덜란드 민속 프린트를 가져와 더 밝고 날카롭게 다듬은 무대였다. 무대가 열린 곳은 팔레 드 도쿄, 공간 전체를 거울로 채워 관객이 어느 자리에 앉든 옷과 자기 자신을 동시에 비춰 보게 만든 구성이 특히 화제가 됐다. 이 쇼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그가 평소 즐겨 쓰던 도발적인 전략, 즉 신체 노출과 충격을 버린 게 아니라 전통 의상이라는 전혀 다른 재료 위에 그대로 얹었다는 점에 있다. 체크무늬와 타탄 같은 민속 요소는 그 자체로는 단정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가지지만, 가우티에의 손을 거치며 80년대 이비자의 파티 무드와 마녀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가 뒤섞였다. 전통 의상이라는 다소 예상 밖의 재료를 택했음에도, 결과물은 여전히 신체를 전면에 내세우는 가우티에 특유의 문법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패션 매체들의 반응이 뜨겁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소재의 원천이다. 란티크는 네덜란드 전통 의상과 프린트 아카이브를 뒤져 체크무늬, 타탄, 꽃무늬 모티프를 가져왔고, 이를 민속적 색채는 그대로 두되 더 밝고 선명한 색감으로 다음 세대에 맞게 다듬었다. 대표적인 예가 1900년대 즈음의 앤티크 케이프를 코튼으로 다시 제작한 의상으로, 자수로 단 작은 벨이 데님과 스커트, 코트 곳곳에서 흔들리며 소리를 낸다. 전통 의상이 가진 장식성을 입는 사람의 움직임과 소리로까지 확장한 셈이다. 동시에 테일러링 라인은 어깨를 앞으로 기운 새로운 실루엣과 정교한 암홀, 하모니카를 접은 듯한 라펠로 각을 세웠고, 트렌치코트와 카고 팬츠가 실용적인 무게감을 더했다. 가우티에의 상징인 콘 브라는 가죽 소재로 돌아왔고, 레이어 사이로 살짝 비치게 배치되며 과거 시즌보다 더 절제된 방식으로 등장했다. 란티크가 과거 쿠튀르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사각 네크라인도 봄버 재킷 위에 다시 등장해, 그의 디자인 언어가 메인 라인으로 꾸준히 옮겨오고 있음을 보여줬다. 머리에서부터 늘어지는 퍼포레이션 가죽 드레스처럼, 전통과 신체 노출이라는 두 축이 한 벌의 옷 안에서 동시에 작동한 점이 이전 시즌과 가장 다른 지점이다.

왜 지금인가

란티크가 지난해 수석 디자이너로 부임했을 때부터 그의 방향은 분명했다. 헤드라인을 만들 만한 신체 노출과 전통적인 쿠튀르 기법의 충돌이었다. 이번 시즌 민속 의상을 끌어온 선택은 그 방향의 연장선이면서도, 한 단계 더 나아간 실험으로 읽힌다. 시즌마다 몸을 중심에 두는 접근이 업계 전반에서 반복되는 가운데, 전통 의상이라는 재료는 그 반복 속에서도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통로였던 셈이다. 민속 프린트와 자수, 장식용 벨 같은 수공예적 요소를 가져오면서도 색감과 비율을 현대적으로 정리한 것은, 전통을 그대로 복제하는 대신 다음 세대 소비자가 입을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팔레 드 도쿄의 거울 설치 역시 단순한 무대 장치가 아니라, 관객 스스로를 컬렉션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패션 하우스들이 매 시즌 더 강한 스펙터클을 요구받는 지금, 가우티에는 전통이라는 오래된 재료와 거울이라는 체험형 장치를 함께 써서 화제성과 브랜드 정체성을 동시에 지키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시즌 여러 하우스가 민속 의상이나 지역 전통에서 참조점을 가져오는 흐름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반복되는 트렌드에 지친 소비자들이 수공예적 서사와 지역색이 담긴 디자인에 더 끌리는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동시에 지금의 패션쇼는 단순히 옷을 보여주는 자리를 넘어, 관객이 사진이나 영상으로 공유할 만한 장면을 만들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거울로 가득 찬 공간에서 자신의 모습이 컬렉션과 함께 반사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공유되기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이는 화제성을 수치화하기 어려운 시대에 브랜드가 택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다음에 볼 것

이번 쇼는 기성복, 즉 레디투웨어 라인으로 공개됐다. 란티크가 쿠튀르 컬렉션에서 먼저 보여줬던 사각 네크라인 같은 디테일이 메인 라인으로 옮겨온 것을 보면, 앞으로도 쿠튀르에서 먼저 실험한 요소가 시즌을 두고 기성복으로 내려오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제품이 매장에 걸리는 시점과 가격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코튼으로 재해석된 앤티크 케이프나 벨 장식 데님처럼 수공예적 디테일이 들어간 제품은 통상적인 레디투웨어보다 높은 가격대로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으로 지켜볼 지점은 란티크가 다음 시즌에도 신체 노출과 전통 소재의 충돌이라는 공식을 이어갈지, 아니면 또 다른 문화적 원천으로 옮겨갈지다. 그가 데뷔 이후 매 시즌 전혀 다른 참조점을 꺼내 들며 화제를 만들어온 만큼, 다음 쇼에서 어떤 의상 전통이나 지역 문화를 가져올지가 이 브랜드를 따라가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궁금한 지점으로 남는다. 가우티에가 전통을 다루는 방식이 매 시즌 달라진다면, 그 변주 자체가 이 하우스의 새로운 시그니처가 될 수도 있다. 레디투웨어 쇼는 보통 발표 후 반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매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이번 컬렉션도 2027년 초반에 순차적으로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그 사이에 이번 시즌 선보인 민속 모티프가 액세서리나 캠페인 이미지로 먼저 변주되어 등장할 수도 있다. 이런 흐름을 미리 눈여겨봐 두면, 실제 제품이 나왔을 때 쇼에서 본 디테일 중 무엇이 그대로 살아남았고 무엇이 매장용으로 조정됐는지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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