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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lture 2026.10.08 6 min read Irang 글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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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Close Look

사무라이 유니폼, 뉴발란스가 다시 그리다

국가대표 복식의 20년 독점이 끝났다

10월 7일 도쿄 시나가와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일본 야구 국가대표팀, 통칭 사무라이 재팬의 발표회는 평소와는 다른 장면 하나를 포함하고 있었다. 11월로 예정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출전 선수단 명단 공개보다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유니폼이었다. 2006년부터 20년 가까이 미즈노와 아식스가 번갈아 맡아온 이 자리를, 올해부터는 미국 브랜드 뉴발란스가 넘겨받았다. 일본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야구팀의 유니폼을 외국 브랜드가 만드는 것은 창설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보통 국가대표 유니폼 교체는 조용히 지나가는 스포츠 뉴스 한 줄이지만, 이번엔 다르다. 뉴발란스가 디자인에 그려 넣은 것은 단순한 팀 로고가 아니라 선수뿐 아니라 일반 팬도 일상에서 꺼내 입을 수 있도록 설계한 모노그램이기 때문이다. 경기장 안에서만 통용되던 국가대표 유니폼이 경기장 밖 옷장으로, 유니폼이라는 범주 자체를 넘어 평상복의 영역으로 넘어오려는 시도, 그 경계의 이동이 이번 발표가 들고 온 진짜 뉴스다. 야구 유니폼은 그동안 성적과 기능으로만 평가받는 작업복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번 발표회에 선 것은 선수단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를 넓혀온 뉴발란스였고, 그 등장 자체가 야구라는 보수적인 종목의 복식 문화가 어디까지 바뀔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장면이 됐다.

무엇이 달라졌나

그동안 일본 야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은 철저히 자국 브랜드의 영역이었다. 미즈노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맡았고,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아식스로 넘어갔다가, 이후 다시 미즈노가 돌아와 지금까지 제작을 이어왔다. 20년 동안 두 개의 일본 브랜드만 번갈아 쥐고 있던 이 자리를 처음으로 깨고 들어온 것이 뉴발란스다. 새 유니폼의 핵심은 "SJ" 글자를 반복해 배치한 모노그램 패턴인데, 이는 팀 이름의 머리글자를 넣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구보타 신이치 뉴발란스재팬 사장은 이 로고를 "야구를 생활 속에서 가깝게 느끼도록" 설계했다고 밝혔고, 경기복이 아니라 평소에도 꺼내 입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색상 설계도 이전과는 결이 다르다. 홈 유니폼은 흰색 바탕에 남색과 빨간색 포인트를 넣어 '승색과 소방색'이라는 무사도의 색을 표현했고, 비지터 유니폼은 '아이네즈미색'을 기본으로 일본 특유의 지성과 품격을 담았다. 줄무늬 하나에도 지금까지 일본 야구가 걸어온 길, 세계 1위를 향한 길,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세 가지 서사를 부여했다. 색과 줄무늬에 서사를 입힌 것은 유니폼을 단순한 경기복이 아니라 입고 다닐 수 있는 상징물로 다루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왜 지금인가

일본 야구 용품 시장은 오랫동안 미즈노와 아식스 같은 자국 제조사가 지켜온 보수적인 영역이었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은 그 상징성 때문에 외국 브랜드가 접근하기 가장 어려운 자리로 꼽혔다. 뉴발란스가 이 벽을 넘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공들여 쌓아온 선수 네트워크가 있다. 2023년부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와 계약했고, 올해부터는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의 마키 히데토와도 손을 잡으며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양쪽에 동시에 발을 들여놓았다. 스타 선수 개인 후원에서 국가대표팀 공식 공급사로 올라서는 흐름은, 스포츠 브랜드가 한 선수의 인기에 기대는 단계를 지나 리그와 팀 단위의 공식 파트너 자리를 노리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동시에 이는 일본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국제 브랜드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자국 브랜드가 성적과 기능으로 지켜온 영역에, 외국 브랜드가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전혀 다른 무기를 들고 들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은 단순한 스폰서 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야구화·트레이닝화 같은 기능성 영역에서 쌓은 신뢰를 국가대표 유니폼이라는 상징적 자리로 확장한 셈인데, 이 순서는 공교롭지 않다. 퍼포먼스 제품으로 먼저 선수들의 발밑을 파고든 뒤, 가장 상징성이 큰 유니폼으로 올라서는 전개는 외국 브랜드가 보수적인 자국 시장에 진입할 때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이기도 하다.

다음에 볼 것

이번 발표에서 함께 공개된 것은 11월 12일부터 15일까지 도쿄돔에서 열리는 라그자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26 출전 선수 명단이다. 투수 13명, 포수 3명, 내야수 7명, 외야수 5명 등 총 28명으로 구성됐고, 차세대 사무라이 재팬을 이끌 20대 선수들이 다수 포함됐다. 차기 사무라이 재팬 감독을 맡을 이구치 다다히토는 새 유니폼을 입고 처음 공식 석상에 올라, 그 착용감을 "싸우는 선수들을 지원하는 옷"이라고 표현했다. 대회에는 일본·호주·대만·한국이 참가하는데, 이는 뉴발란스 유니폼이 국제 무대에서 처음으로 실전 노출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뉴발란스는 이번 계약을 프로 성인 대표팀에 한정하지 않고 초등학생 리그까지 전 세대를 지원하는 쪽으로 넓힐 계획도 함께 밝혔다. 상위 리그 한 번의 스폰서십이 아니라 야구를 처음 시작하는 연령대부터 브랜드 경험을 쌓게 하려는 포석인 셈이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이 모노그램 유니폼이 실제로 매장에서 일상복 라인으로 풀려 나오는지, 그리고 다른 종목의 일본 국가대표팀에서도 자국 제조사의 자리를 외국 브랜드가 대체하는 흐름이 뒤따르는지다. 야구가 먼저 문을 열었다면, 다음은 어느 종목일지가 이 흐름의 다음 관전 포인트다.

NPBMIZUNOASICSDeNAW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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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유니폼, 뉴발란스가 다시 그리다

국가대표 복식의 20년 독점이 끝났다

2026.10.08 · 6 min · Irang

10월 7일 도쿄 시나가와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일본 야구 국가대표팀, 통칭 사무라이 재팬의 발표회는 평소와는 다른 장면 하나를 포함하고 있었다. 11월로 예정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출전 선수단 명단 공개보다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유니폼이었다. 2006년부터 20년 가까이 미즈노와 아식스가 번갈아 맡아온 이 자리를, 올해부터는 미국 브랜드 뉴발란스가 넘겨받았다. 일본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야구팀의 유니폼을 외국 브랜드가 만드는 것은 창설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보통 국가대표 유니폼 교체는 조용히 지나가는 스포츠 뉴스 한 줄이지만, 이번엔 다르다. 뉴발란스가 디자인에 그려 넣은 것은 단순한 팀 로고가 아니라 선수뿐 아니라 일반 팬도 일상에서 꺼내 입을 수 있도록 설계한 모노그램이기 때문이다. 경기장 안에서만 통용되던 국가대표 유니폼이 경기장 밖 옷장으로, 유니폼이라는 범주 자체를 넘어 평상복의 영역으로 넘어오려는 시도, 그 경계의 이동이 이번 발표가 들고 온 진짜 뉴스다. 야구 유니폼은 그동안 성적과 기능으로만 평가받는 작업복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번 발표회에 선 것은 선수단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를 넓혀온 뉴발란스였고, 그 등장 자체가 야구라는 보수적인 종목의 복식 문화가 어디까지 바뀔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장면이 됐다.

무엇이 달라졌나

그동안 일본 야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은 철저히 자국 브랜드의 영역이었다. 미즈노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맡았고,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아식스로 넘어갔다가, 이후 다시 미즈노가 돌아와 지금까지 제작을 이어왔다. 20년 동안 두 개의 일본 브랜드만 번갈아 쥐고 있던 이 자리를 처음으로 깨고 들어온 것이 뉴발란스다. 새 유니폼의 핵심은 "SJ" 글자를 반복해 배치한 모노그램 패턴인데, 이는 팀 이름의 머리글자를 넣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구보타 신이치 뉴발란스재팬 사장은 이 로고를 "야구를 생활 속에서 가깝게 느끼도록" 설계했다고 밝혔고, 경기복이 아니라 평소에도 꺼내 입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색상 설계도 이전과는 결이 다르다. 홈 유니폼은 흰색 바탕에 남색과 빨간색 포인트를 넣어 '승색과 소방색'이라는 무사도의 색을 표현했고, 비지터 유니폼은 '아이네즈미색'을 기본으로 일본 특유의 지성과 품격을 담았다. 줄무늬 하나에도 지금까지 일본 야구가 걸어온 길, 세계 1위를 향한 길,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세 가지 서사를 부여했다. 색과 줄무늬에 서사를 입힌 것은 유니폼을 단순한 경기복이 아니라 입고 다닐 수 있는 상징물로 다루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왜 지금인가

일본 야구 용품 시장은 오랫동안 미즈노와 아식스 같은 자국 제조사가 지켜온 보수적인 영역이었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은 그 상징성 때문에 외국 브랜드가 접근하기 가장 어려운 자리로 꼽혔다. 뉴발란스가 이 벽을 넘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공들여 쌓아온 선수 네트워크가 있다. 2023년부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와 계약했고, 올해부터는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의 마키 히데토와도 손을 잡으며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양쪽에 동시에 발을 들여놓았다. 스타 선수 개인 후원에서 국가대표팀 공식 공급사로 올라서는 흐름은, 스포츠 브랜드가 한 선수의 인기에 기대는 단계를 지나 리그와 팀 단위의 공식 파트너 자리를 노리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동시에 이는 일본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국제 브랜드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자국 브랜드가 성적과 기능으로 지켜온 영역에, 외국 브랜드가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전혀 다른 무기를 들고 들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은 단순한 스폰서 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야구화·트레이닝화 같은 기능성 영역에서 쌓은 신뢰를 국가대표 유니폼이라는 상징적 자리로 확장한 셈인데, 이 순서는 공교롭지 않다. 퍼포먼스 제품으로 먼저 선수들의 발밑을 파고든 뒤, 가장 상징성이 큰 유니폼으로 올라서는 전개는 외국 브랜드가 보수적인 자국 시장에 진입할 때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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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에서 함께 공개된 것은 11월 12일부터 15일까지 도쿄돔에서 열리는 라그자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26 출전 선수 명단이다. 투수 13명, 포수 3명, 내야수 7명, 외야수 5명 등 총 28명으로 구성됐고, 차세대 사무라이 재팬을 이끌 20대 선수들이 다수 포함됐다. 차기 사무라이 재팬 감독을 맡을 이구치 다다히토는 새 유니폼을 입고 처음 공식 석상에 올라, 그 착용감을 "싸우는 선수들을 지원하는 옷"이라고 표현했다. 대회에는 일본·호주·대만·한국이 참가하는데, 이는 뉴발란스 유니폼이 국제 무대에서 처음으로 실전 노출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뉴발란스는 이번 계약을 프로 성인 대표팀에 한정하지 않고 초등학생 리그까지 전 세대를 지원하는 쪽으로 넓힐 계획도 함께 밝혔다. 상위 리그 한 번의 스폰서십이 아니라 야구를 처음 시작하는 연령대부터 브랜드 경험을 쌓게 하려는 포석인 셈이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이 모노그램 유니폼이 실제로 매장에서 일상복 라인으로 풀려 나오는지, 그리고 다른 종목의 일본 국가대표팀에서도 자국 제조사의 자리를 외국 브랜드가 대체하는 흐름이 뒤따르는지다. 야구가 먼저 문을 열었다면, 다음은 어느 종목일지가 이 흐름의 다음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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