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부부가 바꾸는 인플루언서의 나이 공식
40년 커플, 아디다스x벤츠까지 입다
인스타그램 패션 계정 하면 대개 20대 모델이나 셀럽의 얼굴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지금 가장 눈에 띄는 커플 계정 하나는 전혀 다른 나이대에서 나왔다. 1974년 일본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로스앤젤레스 리틀도쿄에서 만나 부부가 된 아키와 코이치는 올해로 함께 산 지 40년을 넘겼고, 두 사람이 매일 입는 일상복 사진이 2023년 딸 유리가 올린 영상 한 편을 계기로 퍼지면서 지금은 130만 명이 구독하는 패션 계정의 주인공이 됐다. 이 정도 규모의 팔로워를 가진 패션 계정 대부분이 모델이나 디자이너, 혹은 젊은 셀럽인 걸 생각하면, 평범한 노년 부부가 이 자리에 오른 것 자체가 이례적인 사건이다. 그리고 이 흐름은 단순히 한 번의 바이럴로 끝나지 않고, 최근 아디다스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손잡은 삼바 OG 협업 모델의 얼굴로 이 부부가 나서는 동시에 두 사람의 첫 책인 라이프 스타일까지 출간되는 시점으로 이어지면서, 패션 업계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멋은 젊은 사람의 전유물이라는 공식이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가족의 일상이 글로벌 스니커즈 캠페인과 단행본 출간으로 동시에 이어지는 이 장면은, 취향이라는 게 결국 나이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꾸준히 쌓아왔는가의 문제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무엇이 달라졌나
아키와 코이치의 스타일은 애초에 서로 정반대 방향에서 출발한다. 아키는 영화 인크레더블 속 디자이너 에드나 모드를 떠올리게 하는 과감한 원색 배합과 패턴 매치로 시선을 끌고, 코이치는 그 옆에서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실루엣으로 균형을 맞춘다. 두 사람의 감각이 극단적으로 다른데도 한 사진 안에서 충돌 없이 어우러진다는 점이, 이 계정을 단순히 나이 든 사람의 패션을 구경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색과 실루엣을 다루는 진짜 패션 피드로 읽히게 만든 핵심이다. 여기에 더해 이 계정은 처음부터 개인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가족 단위로 운영돼 왔다는 점도 다르다. 딸 유리와 자녀들이 촬영과 운영을 도맡고 반려견 쿠마까지 정기적으로 얼굴을 비추면서, 보는 사람에게는 꾸며진 광고 계정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한 가족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준다. 이번에 공개된 삼바 OG x 메르세데스벤츠 슈즈는 베이지, 그레이, 블랙 세 가지 컬러웨이로 나오고 메탈 하드웨어와 다이아몬드 패턴 스티칭을 더해, 자동차 브랜드가 신발이라는 완전히 다른 제품군 위에 자신들의 디테일 언어를 그대로 옮겨놓은 결과물이다. 스니커즈 브랜드와 자동차 브랜드가 손잡는 것 자체도 흔치 않은 조합인데, 그 캠페인의 얼굴을 20대 셀럽이 아니라 70대 부부가 맡았다는 사실은 기존 협업 캐스팅 공식과는 분명하게 다른 선택이다.
왜 지금인가
패션 업계에서 에이지리스라는 말은 몇 년째 반복돼 온 키워드이지만, 실제로는 40대나 50대 모델을 한두 명 기용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키와 코이치의 사례가 이것과 분명히 갈라지는 지점은, 이 부부가 처음부터 캠페인을 위해 섭외된 모델이 아니라 40년 동안 쌓인 실제 일상과 취향이 먼저 있었고 그 뒤를 브랜드가 뒤늦게 따라왔다는 순서다. 이 부부는 보그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패션 매체에서 꾸준히 다뤄지며 이미 신뢰를 쌓아왔고, 이번 캠페인에도 이들만 단독으로 나선 게 아니라 빅터 쿤다, 마리오나 로마와 니클라스 루에트처럼 서로 다른 세대의 인플루언서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는 브랜드가 한 명의 힙한 얼굴만 앞세우는 대신 나이대와 배경이 다른 여러 인물을 동시에 캐스팅해 폭넓은 공감대를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동시에 신발과 자동차처럼 서로 이질적인 업종이 손을 잡는 크로스 카테고리 협업이 늘어나는 요즘 흐름에서,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진짜 사람을 앞세우는 쪽이 매끈한 광고 메시지보다 더 잘 통한다는 판단도 이번 캐스팅 뒤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타이밍이 공교로운 우연이 아니라, 오래 쌓인 진짜 취향이 단기 마케팅보다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업계가 받아들이기 시작한 결과에 가깝다는 뜻이다.
다음에 볼 것
삼바 OG x 메르세데스벤츠 협업 모델은 2026년 10월 13일부터 주문을 받기 시작한다. 정확한 가격이나 발매 수량 같은 세부 조건은 아직 전부 공개되지 않았지만, 베이지와 그레이, 블랙까지 세 가지 컬러웨이가 먼저 공개된 만큼 실제 주문이 열리는 시점에 맞춰 가격표와 구매 방법 같은 추가 정보가 뒤따라 나올 가능성이 크다. 같은 시기에 나온 두 사람의 첫 책 라이프 스타일은 10월 6일 이미 출간되어 시중에 풀린 상태인데, 단순히 옷 잘 입는 법을 모아놓은 스타일북이 아니라 두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스타일에 대한 생각을 함께 담았다는 점에서 자서전에 가까운 성격을 띤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이 부부의 행보가 이번 협업과 책 출간으로 일단락되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지, 아니면 패션 업계가 나이 든 사람들의 진짜 취향을 계속해서 캠페인 전면에 세우는 흐름으로 이어지는지다. 이미 가족이 함께 계정을 운영하는 구조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만큼, 다음 협업이나 또 다른 출판물에서도 이들의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이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나이와 세대를 가르던 기준 자체가 앞으로도 계속 느슨해지는 과정을 독자들이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지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