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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lture 2026.09.09 5 min read Irang 글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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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Close Look

데크만텔, DJ들이 서로에게 마이크를 넘기다

12번째 에디션, 세대 간 대화가 만든 무대

암스테르담 인근 숲, 암스테르담세 보스에서 열리는 전자음악 페스티벌 데크만텔이 올여름 열두 번째 에디션을 치렀다. 2013년 시작해 어느덧 십 년을 넘긴 이 축제는 매년 전자음악사에 이름을 남긴 원로 아티스트와, 지금 막 클럽 신을 새로 쓰고 있는 신인들을 한 무대 위에 나란히 세우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키워왔다. 올해도 그 공식은 반복됐다. 스크릴렉스, DJ 스프링스, 업새미 같은 서로 다른 세대와 장르를 대표하는 이름들이 사흘짜리 라인업에 함께 올랐다. 흥미로운 건 이번엔 무대뿐 아니라 무대 밖에서도 세대 간 접점을 의도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시기, 다른 지역에서 커리어를 쌓은 아티스트들을 짝지어 인터뷰이자 대화 상대로 세워, 각자의 경험을 직접 나누게 한 기획이 함께 공개됐다. 전자음악이 늘 '다음 사운드'를 좇는 장르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 도약은 언제나 과거의 어딘가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이 페스티벌은 매년 증명해온 셈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과거 데크만텔이 세대 혼합 라인업으로 유명했다면, 이번엔 그 만남을 무대 위 순서 배치를 넘어 아예 인터뷰 형식으로 옮겨놓았다는 점이 다르다. 칼 크레이그와 액트리스, 에프데민과 폴리고니아, 에리스 드루와 CCL이 짝을 이뤄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만들어졌고, 이 대화는 진행자 없이 아티스트 본인들이 직접 서로에게 질문을 건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컨대 시카고 출신 DJ이자 프로듀서 에리스 드루는 1990년대 초부터 레이브 문화에 몸담아온 인물이고, 상대인 CCL은 북미의 DIY 클럽 신에서 출발해 베를린의 실험적 전자음악 서킷의 붙박이로 자리잡은 아티스트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에서 에리스 드루는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서 열렸던 고 프랭키 너클스의 낮 공연을 회상하며, 1980년대부터 그곳을 지켜온 댄서들이 손주를 데리고 나타나 자신 세대의 하우스 애호가들, 그리고 이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과 함께 어우러졌던 순간을 전했다. 세대가 같은 무대, 같은 대화 안에 겹쳐지는 장면 자체가 이 페스티벌이 만들어낸 실질적 변화다.

왜 지금인가

전자음악 신은 유독 '다음 것'에 대한 강박이 강한 문화다. 새로운 사운드를 먼저 정의하고, 새로운 기술을 먼저 받아들이고, 다음에 뜰 클럽 공간을 먼저 알아채는 일이 곧 신에서의 위치를 결정짓는다는 감각이 오래 지배해왔다. 그런데 정작 신을 뒤흔든 굵직한 도약들은 대개 과거 어딘가에서 이미 씨앗이 뿌려진 것들이었다. 데크만텔이 열두 해째 세대를 섞는 라인업을 고집하고, 이번엔 아예 서로 인터뷰를 붙이는 형식까지 시도한 배경에는 이런 자기 반성적인 흐름이 읽힌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클럽 신에서는 오리지널 레이브 세대의 서사를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와 재발매, 리이슈 앨범이 꾸준히 쏟아졌고, 동시에 스크릴렉스처럼 메인스트림 EDM 신에서 출발한 이름이 언더그라운드 축제 라인업에 오르는 크로스오버도 잦아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원로와 신인을 같은 무대, 같은 지면 위에 세워 서로의 언어로 서로를 설명하게 하는 시도는, 세대 간 위계를 만들지 않으면서도 역사를 다음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넘기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로 읽을 수 있다.

다음에 볼 것

이번에 공개된 대화는 에리스 드루와 CCL 외에도 칼 크레이그와 액트리스, 에프데민과 폴리고니아 세 쌍으로 구성돼 있어, 각 페어가 서로 다른 지역과 세대의 클럽 문화를 어떻게 교차시키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액트리스처럼 실험적이고 추상적인 접근으로 알려진 아티스트가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상징인 칼 크레이그와 어떤 질문을 주고받았는지, 그리고 폴리고니아 같은 신진 프로듀서가 베를린 신의 오랜 이름인 에프데민에게 무엇을 물었는지는 각 세대가 서로에게서 배우고 싶어하는 지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데크만텔이 매년 여름 암스테르담세 보스에서 계속되는 이상, 이런 세대 간 대화 기획은 앞으로도 라인업 발표와 별개로 하나의 콘텐츠 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페스티벌 하나가 음악을 트는 자리를 넘어, 신의 역사를 구술로 남기고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아카이브 역할까지 떠맡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다른 대형 페스티벌들이 이 방식을 어떻게 변주할지도 지켜볼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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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만텔, DJ들이 서로에게 마이크를 넘기다

12번째 에디션, 세대 간 대화가 만든 무대

2026.09.09 · 5 min · Irang

암스테르담 인근 숲, 암스테르담세 보스에서 열리는 전자음악 페스티벌 데크만텔이 올여름 열두 번째 에디션을 치렀다. 2013년 시작해 어느덧 십 년을 넘긴 이 축제는 매년 전자음악사에 이름을 남긴 원로 아티스트와, 지금 막 클럽 신을 새로 쓰고 있는 신인들을 한 무대 위에 나란히 세우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키워왔다. 올해도 그 공식은 반복됐다. 스크릴렉스, DJ 스프링스, 업새미 같은 서로 다른 세대와 장르를 대표하는 이름들이 사흘짜리 라인업에 함께 올랐다. 흥미로운 건 이번엔 무대뿐 아니라 무대 밖에서도 세대 간 접점을 의도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시기, 다른 지역에서 커리어를 쌓은 아티스트들을 짝지어 인터뷰이자 대화 상대로 세워, 각자의 경험을 직접 나누게 한 기획이 함께 공개됐다. 전자음악이 늘 '다음 사운드'를 좇는 장르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 도약은 언제나 과거의 어딘가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이 페스티벌은 매년 증명해온 셈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과거 데크만텔이 세대 혼합 라인업으로 유명했다면, 이번엔 그 만남을 무대 위 순서 배치를 넘어 아예 인터뷰 형식으로 옮겨놓았다는 점이 다르다. 칼 크레이그와 액트리스, 에프데민과 폴리고니아, 에리스 드루와 CCL이 짝을 이뤄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만들어졌고, 이 대화는 진행자 없이 아티스트 본인들이 직접 서로에게 질문을 건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컨대 시카고 출신 DJ이자 프로듀서 에리스 드루는 1990년대 초부터 레이브 문화에 몸담아온 인물이고, 상대인 CCL은 북미의 DIY 클럽 신에서 출발해 베를린의 실험적 전자음악 서킷의 붙박이로 자리잡은 아티스트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에서 에리스 드루는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서 열렸던 고 프랭키 너클스의 낮 공연을 회상하며, 1980년대부터 그곳을 지켜온 댄서들이 손주를 데리고 나타나 자신 세대의 하우스 애호가들, 그리고 이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과 함께 어우러졌던 순간을 전했다. 세대가 같은 무대, 같은 대화 안에 겹쳐지는 장면 자체가 이 페스티벌이 만들어낸 실질적 변화다.

왜 지금인가

전자음악 신은 유독 '다음 것'에 대한 강박이 강한 문화다. 새로운 사운드를 먼저 정의하고, 새로운 기술을 먼저 받아들이고, 다음에 뜰 클럽 공간을 먼저 알아채는 일이 곧 신에서의 위치를 결정짓는다는 감각이 오래 지배해왔다. 그런데 정작 신을 뒤흔든 굵직한 도약들은 대개 과거 어딘가에서 이미 씨앗이 뿌려진 것들이었다. 데크만텔이 열두 해째 세대를 섞는 라인업을 고집하고, 이번엔 아예 서로 인터뷰를 붙이는 형식까지 시도한 배경에는 이런 자기 반성적인 흐름이 읽힌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클럽 신에서는 오리지널 레이브 세대의 서사를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와 재발매, 리이슈 앨범이 꾸준히 쏟아졌고, 동시에 스크릴렉스처럼 메인스트림 EDM 신에서 출발한 이름이 언더그라운드 축제 라인업에 오르는 크로스오버도 잦아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원로와 신인을 같은 무대, 같은 지면 위에 세워 서로의 언어로 서로를 설명하게 하는 시도는, 세대 간 위계를 만들지 않으면서도 역사를 다음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넘기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로 읽을 수 있다.

다음에 볼 것

이번에 공개된 대화는 에리스 드루와 CCL 외에도 칼 크레이그와 액트리스, 에프데민과 폴리고니아 세 쌍으로 구성돼 있어, 각 페어가 서로 다른 지역과 세대의 클럽 문화를 어떻게 교차시키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액트리스처럼 실험적이고 추상적인 접근으로 알려진 아티스트가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상징인 칼 크레이그와 어떤 질문을 주고받았는지, 그리고 폴리고니아 같은 신진 프로듀서가 베를린 신의 오랜 이름인 에프데민에게 무엇을 물었는지는 각 세대가 서로에게서 배우고 싶어하는 지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데크만텔이 매년 여름 암스테르담세 보스에서 계속되는 이상, 이런 세대 간 대화 기획은 앞으로도 라인업 발표와 별개로 하나의 콘텐츠 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페스티벌 하나가 음악을 트는 자리를 넘어, 신의 역사를 구술로 남기고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아카이브 역할까지 떠맡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다른 대형 페스티벌들이 이 방식을 어떻게 변주할지도 지켜볼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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