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거팬 하나로 105억엔, 언필로의 다음 승부수
온라인 브랜드가 매장을 여는 이유
오나와드 그룹의 여성복 브랜드 '언필로(UNFILO)'가 도쿄 라라포르트 도요스에 연 첫 단독 매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서, 내년부터 상업시설 입점을 본격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코로나 시국이던 2021년 가을 온라인 판매로 출발한 브랜드가 불과 몇 년 만에 실물 매장 확장을 서두르는 흐름 자체가 눈에 띈다. 팬데믹 동안 태어난 브랜드 대부분이 온라인에 머무르거나 조심스럽게 매장을 늘리는 것과 달리, 언필로는 개장 두 달 만에 "검증이 끝났다"는 판단을 내리고 속도를 올렸다. 담당 임원인 오치 다이스케 상무집행역원은 개발업체와의 출점 협상이 이미 10~20건 진행 중이라고 밝혀, 이 확장이 구두 계획이 아니라 실제 계약 단계로 넘어갔음을 보여준다. 옷 한 벌이 아니라 매장이라는 공간 자체를 새로 짓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이 소식은 단순한 실적 발표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무엇이 달라졌나
2026년 4월 문을 연 도요스 1호점은 매장 면적 176㎡로 크지 않지만, 취급 품목을 주력인 여성복으로만 좁히고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해 기능성과 스타일링을 한눈에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시그니처 상품인 '최애 조그팬(最愛ジョグパン)'이 전 15사이즈를 갖춘 채 오픈 2주 만에 약 500벌 팔렸다. 중심 가격대는 7000~8000엔, 조그팬 자체는 7990엔으로 결코 저렴하지 않은데도 인근 지역 광고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새로운 여성 고객층을 매장으로 끌어들였고, 이 고객들이 오나와드 회원으로도 다수 전환됐다. 온라인 전용 브랜드였을 때는 보이지 않던 지역 밀착형 고객 획득이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처음으로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2026년 2월기 매출은 105억엔으로, 브랜드가 온라인에서 시작해 4년여 만에 도달한 규모치고는 이례적으로 크다.
왜 지금인가
일본 어패럴 업계에서 EC로 출발한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까지 성공적으로 확장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온라인에서 쌓은 브랜드 인지도가 실제 매장 매출로 이어지는지는 늘 불확실했고, 그래서 대부분의 온라인 태생 브랜드는 매장을 늘리기보다 온라인·오프라인 융합형 편집매장(OCS 같은) 안에 입점하는 선에서 멈췄다. 언필로도 처음엔 이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단독 매장을 열어 보니 광범위한 연령·체형을 겨냥한 '기능미' 콘셉트가 특정 취향의 소비자만이 아니라 폭넓은 고객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게 오프라인에서도 증명됐다. 이는 그룹 전체가 백화점 의존도를 낮추려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백화점 매장의 트래픽에 기대는 대신, 쇼핑몰 안에 직접 들어가 지역 광고로 근처 주민을 끌어들이는 방식은 유통 채널을 스스로 설계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온라인에서 검증된 콘셉트를 실물 매장이라는 다음 단계로 옮기는 지금이, 브랜드가 몸집을 키우기에 가장 리스크가 적은 시점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온라인 태생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전환에서 줄줄이 고전한 사례가 쌓인 만큼, 언필로의 행보는 업계에서도 참고 사례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음에 볼 것
그룹은 언필로의 2031년 2월기 매출 목표를 250억엔으로 제시했다. 현재 105억엔에서 5년 안에 두 배 이상을 키우겠다는 뜻이라, 앞으로 몇 곳에 어떤 규모로 매장을 여는지가 이 목표 달성의 관건이 된다. 지금까지는 여성복 전용 매장이었지만, 향후에는 남성복까지 포함한 풀라인 매장도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시설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어 라인업 확장 여부도 지켜볼 지점이다. 구체적인 신규 출점 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협상 중인 10~20건 가운데 조건이 맞는 곳부터 순차적으로 확정될 전망이다. 실제 매장이 늘어날수록 최애 조그팬처럼 온라인에서 먼저 검증된 상품이 오프라인에서 얼마나 재현되는지가, 이 브랜드가 만들어가는 '기능미' 소비 문화의 다음 장면을 보여줄 것이다. 여성복 단독 매장으로 시작한 만큼, 이후 발표될 남성복 포함 풀라인 매장이 실제로 어느 도시·어느 상업시설에 등장하는지도 지켜볼 가치가 있다. 도요스라는 한 동네에서 검증한 공식을 다른 지역에서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지가, 250억엔이라는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