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트가 브라로, 메달이 리본으로 바뀐 이유
우크라이나 브랜드 LONDI의 자기 인정 컬렉션
우크라이나 라운지웨어 브랜드 LONDI가 9월 23일 자사 웹사이트에서 새 컬렉션 "Self-Awarded"를 선보인다. 이름 그대로 "스스로에게 상을 준다"는 뜻으로, 대회에서 흔히 보는 로제트(리본 메달)의 형태를 속옷과 라운지웨어의 디테일로 옮겨왔다. 브래지어의 컷아웃은 로제트의 방사형 주름을 본뜨고, 원래 메달이 걸리던 자리에는 리본 모양의 장식이 자리하며, 어깨끈 대신 리본 테일이 몸을 타고 흐른다. 대회에서 이기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던 상징을, 옷을 입는 모든 사람에게 이미 주어진 것으로 바꿔놓은 셈이다. 전쟁이 이어지는 나라에서 나온 브랜드가 "심사도 순위도 없다"는 메시지를 옷의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번 발매는 단순한 신상품 공개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옷 한 벌의 디테일이 "누가 잘했는가"를 가리는 문화적 장치를 통째로 몸에 옮겨 왔다는 점에서, 이 컬렉션은 패션이 취향의 언어를 바꾸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무엇이 달라졌나
기존에 로제트나 메달 모티프가 패션에 쓰일 때는 대개 자수나 브로치처럼 표면 장식에 그쳤다. LONDI는 이를 옷의 구조 자체로 끌어들였다. 러플로 마감한 조각적인 더블 브라, 로제트 장식이 달린 탕가, 오픈워크 디테일의 피스, 심리스 언더웨어까지 라인업 전체가 시상식 모티프를 몸의 실루엣에 맞춰 다시 그려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후디, 러치(개더) 톱, 와이드 웨이스트 팬츠로까지 개념을 확장해, 침실 안에서만 입는 옷이 아니라 하루 종일 걸칠 수 있는 룩으로 범위를 넓혔다. 즉 이번 컬렉션의 진짜 변화는 소재나 실루엣의 새로움이 아니라, "상"이라는 상징을 경쟁의 결과물에서 개인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감각으로 재배치했다는 발상의 전환에 있다. 언더웨어 브랜드가 셀프케어를 말하는 방식은 많았지만, 대개는 문구를 프린트하거나 컬러로 무드를 표현하는 수준이었다. 로제트의 방사형 주름, 메달이 걸리던 위치, 시상식 리본의 매듭까지 옷의 패턴 자체로 옮겨 시상 문화의 시각 언어를 정면으로 해체한 사례는 흔치 않다.
왜 지금인가
이 컬렉션이 나오는 시점은 우연이 아니다. 언더웨어·라운지웨어 시장은 최근 몇 년간 "보여주기 위한 몸"에서 "자신을 위한 몸"으로 메시지의 축을 옮겨왔고, 타인의 시선을 전제로 한 디자인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다. LONDI가 택한 "경쟁도 심사도 없다"는 언어는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상징 자체를 뒤집는다는 점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상은 원래 남이 채점해서 나에게 건네는 것인데, 이 컬렉션은 그 절차를 통째로 생략하고 옷을 입는 행위 자체를 수상으로 대체한다. 우크라이나 브랜드라는 배경도 무시할 수 없는 맥락이다. 전쟁이 이어지는 나라의 패션 신에서 나온 메시지가 "순위 없이 자기 조건대로 산다"는 쪽으로 향했다는 점은, 브랜드의 태도 표명으로도 읽힌다. 런던 패션위크 시즌과 맞물려 나온 발매이기도 해서, 화려한 런웨이 서사와 대비되는 셀프-오리엔티드 메시지가 더 선명하게 도드라진다. 대형 라벨들이 시즌마다 "완벽한 몸"을 전제로 캠페인을 짜는 동안, 작은 인디 라운지웨어 브랜드가 그 전제 자체를 비트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본다는 점도 시장 구도상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음에 볼 것
"Self-Awarded" 컬렉션은 9월 23일부터 LONDI 공식 웹사이트에서 공개된다. 더블 브라와 로제트 탕가 같은 시그니처 피스부터 오픈워크·심리스 언더웨어, 그리고 후디와 와이드 팬츠까지 라인이 넓은 만큼, 발매 후 어떤 피스가 먼저 품절되는지가 이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얼마나 통했는지를 가늠하는 첫 지표가 될 것이다. 로제트를 옷의 구조로 녹여낸 시도가 소셜미디어에서 "자기 축하" 코드로 재소비되는지, 아니면 라운지웨어의 장식 트렌드 하나로 그치는지도 지켜볼 지점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발상이 언더웨어를 넘어 주얼리나 액세서리, 나아가 축하와 기념을 주제로 한 다른 카테고리로 번질 수 있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경쟁 없는 상이라는 개념이 한 시즌의 카피에 그칠지, 브랜드의 지속적인 정체성으로 자리 잡을지는 다음 컬렉션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발매가 웹사이트 단일 채널로 시작되는 만큼 초기 재고 소진 속도와 재입고 여부, 이후 협업이나 오프라인 팝업으로 확장되는지도 함께 확인할 만한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