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2 · FRI SEOUL VOL.02 / NO.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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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y Health Technology Gastronomy Culture Dispat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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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lture 2026.10.10 6 min read Irang 글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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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Close Look

클리비지는 돌아왔다지만, 누구에게나 그런가

푸시업 브라 복귀가 가른 몸의 경계

가슴을 납작하게 누르는 브랄렛이 '힙'함의 기준이던 시절은 길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패션 담론은 작은 가슴, 소위 '패션 보디'를 이상으로 세웠고, 와이어와 패드로 가슴을 밀어 올리는 푸시업 브라는 한물간 유행으로 취급받았다. 그런데 2027 봄여름 패션위크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다. 프라다와 펜디가 가슴 라인을 무대 중심에 세웠고, 알 앤 엠 레더스는 수작업으로 만든 브라 하나로 쇼 전체를 구성했을 정도다. 코첼라 무대에서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핑크색 푸시업 브라를 입고 공연한 장면은, 이 복귀가 더 이상 일부 디자이너의 실험이 아니라 대중문화 전반의 신호라는 걸 보여줬다. 런웨이 하나를 넘어 공연 무대와 레드카펫까지 같은 실루엣이 동시에 번지고 있다는 건, 몸을 바라보는 패션계의 취향 기준 자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복귀'라는 단어 자체에 있다. 클리비지는 누군가에게는 유행을 타고 돌아온 선택지였던 적이 한 번도 없다. 큰 가슴을 가진 몸에게는 그저 매일 입어야 했던 현실이었을 뿐이고, 이번에 돌아온 것은 그 현실이 아니라 '작은 가슴 위의 클리비지'라는 아주 특정한 이미지일 뿐이다. 화려한 복귀 선언 뒤에 가려진, 몸의 크기에 따라 전혀 다르게 작동하는 두 개의 클리비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달라졌나

브래지어 산업의 흐름을 수치로 보면 변화의 방향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2017년 마크스 앤 스펜서 집계를 보면 클리비지를 강조하는 패드 브라 판매는 45퍼센트나 줄었고, 와이어 없는 브라 판매는 반대로 40퍼센트 늘었다. 2010년대 중후반 브랄렛과 소프트 브라가 이 흐름을 이끌며 '미니멀한 가슴'을 세련됨의 기준으로 세운 결과였다. 그런데 2027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정반대 그림이 펼쳐졌다. 세븐 포 올 맨카인드는 스쿱넥 티셔츠를 가슴 아래까지 깊게 파이게 재단했고, 라쾬 스미스는 셔츠를 열어 구조화된 발코넷 브라를 속옷이 아니라 상의처럼 그대로 드러내는 룩을 선보였다. 크리스천 코완과 모왈롤라, 톰 포드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성적인 매력을 무대 전면에 내세웠다. 다만 눈에 띄는 차이는 소재다. 이번 복귀의 브라는 과거의 딱딱한 몰드 패딩이 아니라 실크처럼 부드러운 소프트 구조로 바뀌었다. 겉으로 보이는 실루엣은 2000년대 초반 스타일로 되돌아갔지만, 안쪽 구조는 그때보다 훨씬 정교하고 편안하게 진화한 셈이다. 같은 듯 보여도 10년 전 그 브라와는 전혀 다른 물건이라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디테일 변화가 아니라, 브랜드들이 '보여주는 가슴'을 다시 정식 상품 라인으로 상품화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왜 지금인가

지금 이 복귀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여러 흐름이 동시에 겹쳤기 때문이다. 하나는 Y2K 미학의 전면적인 재유행이고, 다른 하나는 한동안 중단됐던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가 다시 열리면서 섹시함을 당당히 드러내는 무대 자체가 돌아온 것이다. 패션쇼라는 상징적인 장이 돌아오자, 브랜드들은 한동안 억눌러왔던 노출과 볼륨감을 주저 없이 다시 꺼내 들었다. 여기에 코첼라처럼 전 세계가 지켜보는 대중적 무대에서 올리비아 로드리고 같은 셀러브리티가 푸시업 브라를 공개적으로 입으면서, 하이패션 바깥의 대중에게도 트렌드가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이 흐름을 그대로 반길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함께 떠오르는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 지난 10년간 패션 담론을 주도한 건 줄곧 작은 가슴이었고, 큰 가슴을 가진 이들에게 구조화된 브라는 유행을 따른 선택이 아니라 매일의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필요였다. 즉 클리비지가 돌아왔다는 말은 정확히 말하면 작은 체형 위에서 클리비지가 다시 패션으로 허락됐다는 뜻에 더 가깝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그 옷을 입은 몸의 크기에 따라 트렌디하다는 평가와 과하다는 평가가 갈리는, 패션계의 오래된 이중 기준이 이번 복귀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다음에 볼 것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이 복귀가 단순한 런웨이 유행을 넘어 실제 매장 진열대까지 이어지는가다. 지금까지는 프라다, 펜디, 톰 포드 같은 하이패션 무대에 집중돼 있지만, 와이어 브라와 패드 브라 매출이 실제로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는지는 패션위크 이후 몇 시즌을 더 지켜봐야 확인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 흐름이 사이즈 다양성으로까지 확장되느냐는 점이다. 지금의 복귀가 작은 가슴을 가진 모델과 셀러브리티 중심으로만 소비되고 끝난다면, 큰 가슴을 가진 이들에게는 여전히 그들만의 유행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브랜드들이 이번에 보여준 소프트 구조와 세련된 소재 혁신을, 더 큰 사이즈의 라인업까지 동등하게 확장해 내놓을지, 아니면 레드카펫과 런웨이라는 좁은 무대에서만 소비되고 끝날지가 이번 트렌드의 진짜 분수령이 될 것이다. 하이패션에서 시작된 실루엣이 보급형 브랜드의 매대까지 내려오는 속도 역시 지켜볼 만하다. 과거 브랄렛 열풍도 그렇게 대중화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일상복'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패션이 클리비지라는 오래된 상징을 다시 꺼내 든 지금이야말로, 그 상징이 누구의 몸 위에서는 환영받고 누구의 몸 위에서는 여전히 침묵당해왔는지를 되묻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다. 특히 이 복귀를 다루는 다음 화보와 캠페인들이 실제로 '어떤 몸'을 모델로 세우는지도 함께 눈여겨볼 지점이다. 그 선택 자체가 이번 트렌드의 포용성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척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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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비지는 돌아왔다지만, 누구에게나 그런가

푸시업 브라 복귀가 가른 몸의 경계

2026.10.10 · 6 min · Irang

가슴을 납작하게 누르는 브랄렛이 '힙'함의 기준이던 시절은 길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패션 담론은 작은 가슴, 소위 '패션 보디'를 이상으로 세웠고, 와이어와 패드로 가슴을 밀어 올리는 푸시업 브라는 한물간 유행으로 취급받았다. 그런데 2027 봄여름 패션위크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다. 프라다와 펜디가 가슴 라인을 무대 중심에 세웠고, 알 앤 엠 레더스는 수작업으로 만든 브라 하나로 쇼 전체를 구성했을 정도다. 코첼라 무대에서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핑크색 푸시업 브라를 입고 공연한 장면은, 이 복귀가 더 이상 일부 디자이너의 실험이 아니라 대중문화 전반의 신호라는 걸 보여줬다. 런웨이 하나를 넘어 공연 무대와 레드카펫까지 같은 실루엣이 동시에 번지고 있다는 건, 몸을 바라보는 패션계의 취향 기준 자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복귀'라는 단어 자체에 있다. 클리비지는 누군가에게는 유행을 타고 돌아온 선택지였던 적이 한 번도 없다. 큰 가슴을 가진 몸에게는 그저 매일 입어야 했던 현실이었을 뿐이고, 이번에 돌아온 것은 그 현실이 아니라 '작은 가슴 위의 클리비지'라는 아주 특정한 이미지일 뿐이다. 화려한 복귀 선언 뒤에 가려진, 몸의 크기에 따라 전혀 다르게 작동하는 두 개의 클리비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달라졌나

브래지어 산업의 흐름을 수치로 보면 변화의 방향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2017년 마크스 앤 스펜서 집계를 보면 클리비지를 강조하는 패드 브라 판매는 45퍼센트나 줄었고, 와이어 없는 브라 판매는 반대로 40퍼센트 늘었다. 2010년대 중후반 브랄렛과 소프트 브라가 이 흐름을 이끌며 '미니멀한 가슴'을 세련됨의 기준으로 세운 결과였다. 그런데 2027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정반대 그림이 펼쳐졌다. 세븐 포 올 맨카인드는 스쿱넥 티셔츠를 가슴 아래까지 깊게 파이게 재단했고, 라쾬 스미스는 셔츠를 열어 구조화된 발코넷 브라를 속옷이 아니라 상의처럼 그대로 드러내는 룩을 선보였다. 크리스천 코완과 모왈롤라, 톰 포드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성적인 매력을 무대 전면에 내세웠다. 다만 눈에 띄는 차이는 소재다. 이번 복귀의 브라는 과거의 딱딱한 몰드 패딩이 아니라 실크처럼 부드러운 소프트 구조로 바뀌었다. 겉으로 보이는 실루엣은 2000년대 초반 스타일로 되돌아갔지만, 안쪽 구조는 그때보다 훨씬 정교하고 편안하게 진화한 셈이다. 같은 듯 보여도 10년 전 그 브라와는 전혀 다른 물건이라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디테일 변화가 아니라, 브랜드들이 '보여주는 가슴'을 다시 정식 상품 라인으로 상품화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왜 지금인가

지금 이 복귀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여러 흐름이 동시에 겹쳤기 때문이다. 하나는 Y2K 미학의 전면적인 재유행이고, 다른 하나는 한동안 중단됐던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가 다시 열리면서 섹시함을 당당히 드러내는 무대 자체가 돌아온 것이다. 패션쇼라는 상징적인 장이 돌아오자, 브랜드들은 한동안 억눌러왔던 노출과 볼륨감을 주저 없이 다시 꺼내 들었다. 여기에 코첼라처럼 전 세계가 지켜보는 대중적 무대에서 올리비아 로드리고 같은 셀러브리티가 푸시업 브라를 공개적으로 입으면서, 하이패션 바깥의 대중에게도 트렌드가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이 흐름을 그대로 반길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함께 떠오르는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 지난 10년간 패션 담론을 주도한 건 줄곧 작은 가슴이었고, 큰 가슴을 가진 이들에게 구조화된 브라는 유행을 따른 선택이 아니라 매일의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필요였다. 즉 클리비지가 돌아왔다는 말은 정확히 말하면 작은 체형 위에서 클리비지가 다시 패션으로 허락됐다는 뜻에 더 가깝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그 옷을 입은 몸의 크기에 따라 트렌디하다는 평가와 과하다는 평가가 갈리는, 패션계의 오래된 이중 기준이 이번 복귀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다음에 볼 것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이 복귀가 단순한 런웨이 유행을 넘어 실제 매장 진열대까지 이어지는가다. 지금까지는 프라다, 펜디, 톰 포드 같은 하이패션 무대에 집중돼 있지만, 와이어 브라와 패드 브라 매출이 실제로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는지는 패션위크 이후 몇 시즌을 더 지켜봐야 확인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 흐름이 사이즈 다양성으로까지 확장되느냐는 점이다. 지금의 복귀가 작은 가슴을 가진 모델과 셀러브리티 중심으로만 소비되고 끝난다면, 큰 가슴을 가진 이들에게는 여전히 그들만의 유행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브랜드들이 이번에 보여준 소프트 구조와 세련된 소재 혁신을, 더 큰 사이즈의 라인업까지 동등하게 확장해 내놓을지, 아니면 레드카펫과 런웨이라는 좁은 무대에서만 소비되고 끝날지가 이번 트렌드의 진짜 분수령이 될 것이다. 하이패션에서 시작된 실루엣이 보급형 브랜드의 매대까지 내려오는 속도 역시 지켜볼 만하다. 과거 브랄렛 열풍도 그렇게 대중화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일상복'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패션이 클리비지라는 오래된 상징을 다시 꺼내 든 지금이야말로, 그 상징이 누구의 몸 위에서는 환영받고 누구의 몸 위에서는 여전히 침묵당해왔는지를 되묻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다. 특히 이 복귀를 다루는 다음 화보와 캠페인들이 실제로 '어떤 몸'을 모델로 세우는지도 함께 눈여겨볼 지점이다. 그 선택 자체가 이번 트렌드의 포용성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척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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