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가 나일론 다음으로 택한 건 아이들의 호기심이다
사카나쿤과 손잡은 프라다의 바다 수업
프라다 그룹이 바다를 다음 세대의 교실로 바꾸는 작업에, 이번엔 뜻밖의 얼굴을 파트너로 들였다. 2019년 유네스코 정부간해양학위원회(IOC)와 손잡고 출범한 해양 보전 교육 프로젝트 '시 비욘드(SEA BEYOND)'는 그동안 전 세계에서 3만8000명이 넘는 학생들과 함께해 온 글로벌 프로그램인데, 2025년부터는 일본에서 어류학자이자 도쿄해양대학 객원교수인 사카나쿤이 이끄는 일반사단법인 SD BlueEarth의 '사카나쿤 탐구대'와 손을 잡았다. 럭셔리 브랜드가 환경 교육에 돈을 쓰는 일 자체는 이미 흔하지만, 화려한 앰배서더 대신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물고기 박사' 캐릭터를 교육 파트너로 택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사카나쿤은 단순한 방송인이 아니라 2010년 멸종위기종 쿠니마스의 생존을 확인하는 데 기여한 실제 어류학자로, 학계와 대중문화를 동시에 설득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인물이다. 패션 하우스가 다음 세대의 취향과 감수성을 길러내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이 선택이 단순한 사회공헌 이벤트가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과 맞닿은 장기 전략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나일론이라는 공업 소재를 럭셔리로 바꿔놓았던 브랜드가, 이번에는 바다를 대하는 다음 세대의 태도 자체를 바꾸려 한다는 점에서 이 행보는 패션과 교육,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겹치는 보기 드문 지점에 놓여 있다.
무엇이 달라졌나
프라다와 바다의 연결고리에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소재인 나일론이 있다. 1980년대 공업용 나일론으로 가방을 선보이며 당시만 해도 럭셔리와는 거리가 멀던 이 소재를 패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이 프라다였다. 2019년에는 전 세계 바다에서 수거한 플라스틱과 폐어망, 매립 쓰레기, 섬유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재생 나일론 '에코닐(ECONYL)'을 적용한 '프라다 리나일론' 라인을 론칭했고, 같은 해 '시 비욘드'를 시작하며 리나일론 판매액의 일부를 프로젝트 자금으로 지원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번에 달라진 지점은 이 교육 프로그램이 한 단계 더 로컬화됐다는 것이다. 2026년도 일본 프로그램에는 공모를 통해 선발된 초등학교 4~6학년 20명이 참여해 약 1년에 걸쳐 각자의 '좋아하는 것'과 궁금증에서 출발한 탐구를 이어간다. 도쿄해양대학 교수진의 강의, 도쿄만 일대 현장학습, 저이용 어종을 직접 조리해 맛보는 체험까지 포함된 커리큘럼은 지식 전달에 그쳤던 기존 환경 교육과 분명히 결이 다르다. 여기에 국제연합대학과의 토크세션, 한 신문사가 주최하는 약 600명 규모 행사까지 더해지며 참여 통로도 한층 넓어졌다.
왜 지금인가
이 시점에 '시 비욘드'가 일본에서 로컬 파트너십으로 확장된 배경은 여러 각도에서 읽을 수 있다. 우선 글로벌 럭셔리 업계 전반이 지속가능성을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구조로 증명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재생 나일론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환경 기금으로 재투자하고, 그 성과를 매년 참여 학생 수치로 공개하는 방식은 선언적 캠페인과는 다른 신뢰의 문법을 만든다. 둘째로 '시 비욘드'가 2019년 출범 이후 꾸준히 쌓아온 교육 모듈의 성숙도도 한몫한다. 해마다 각국 학교가 탐구 성과를 발표하고 국제 심사단이 우수작을 선정해 후속 활동을 지원하는 구조가 이미 자리를 잡았기에, 이제는 범용 커리큘럼을 그대로 수출하는 대신 현지 전문가와 결합해 깊이를 더하는 단계로 넘어갈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셋째로 어린이 대상 과학·환경 교육 콘텐츠에 대한 수요 자체가 커지는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 기후와 해양 문제를 다루는 콘텐츠가 늘어나는 가운데, 지식 주입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탐구형 학습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CSR부문 헤드 로렌초 베르텔리는 "차세대의 오션 리터러시를 높이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최대 목적"이라며 "해양 리터러시를 통해 힘을 얻은 아이 한 명 한 명이 더 지속가능하고 의식 있는 미래로 우리를 한 걸음 다가서게 해준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에 볼 것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이 로컬 파트너십이 일본 밖으로 어떻게 복제되느냐다. '시 비욘드'는 이미 미취학 아동 대상 '라군 유치원', 빙하 지대 과학 미션, 산호초 복원 조사, 정책 제언 지원 등으로 활동 영역을 계속 넓혀온 전례가 있어, 일본식 모델 역시 다른 나라의 현지 전문가·단체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당장은 2026년도 참여 학생 20명이 약 1년간의 탐구를 마친 뒤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그리고 그 성과가 국제 심사 과정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가까운 관전 포인트다. 국제연합대학과의 토크세션이나 약 600명 규모의 신문사 주최 행사처럼, 선발된 20명을 넘어선 공개 접점이 계속 마련된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관심이 있다면 이런 공개 행사 일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프로그램의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더 넓게 보면 '프라다 리나일론'의 판매 흐름과 '시 비욘드' 자금 지원 규모가 함께 늘어나는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소재 혁신과 교육 투자가 하나의 순환 구조로 묶여 있는 만큼, 이 흐름이 꾸준히 유지된다면 패션 브랜드가 만드는 콘텐츠의 무게중심이 이미지 중심의 캠페인에서 다음 세대의 실제 역량을 키우는 프로그램으로 옮겨가는 변화의 한 사례로 남을 수 있다. 럭셔리와 과학 교육, 그리고 한 어류학자의 대중적 영향력이 만나는 이 접점을 계속 지켜볼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