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3 · FRI SEOUL VOL.02 / NO.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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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lture 2026.10.02 6 min read Irang 글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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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Close Look

돌고래 티셔츠가 돌아온 이유, 매카트니의 바다 선언

재활용 데님과 바다 생물이 그려낸 2027 런웨이

어린 시절 바닷가 기념품점에서 사 온 돌고래 그림 티셔츠를 책상 서랍 어딘가에 넣어둔 기억이 있다면, 스텔라 매카트니의 2027년 여름 컬렉션이 유독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파리 패션위크 런웨이에 그 추억 속 에어브러시 그래픽이 돌고래와 범고래, 상어 모티프로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그래픽이 단순한 복고 취향이나 귀여운 레트로 장식으로 소비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매카트니는 이 그래픽을 통해 관객이 바다와 그 안에 사는 생명을 다시 떠올리게 하려 했다고 밝혔고, 더 나아가 어떤 생명은 우리가 마음대로 써도 되는 자원으로 여기고 어떤 생명은 그렇지 않다고 가르는 불편한 기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기념품점 티셔츠가 가진 값싼 기억을 하이패션 런웨이로 옮겨 온 순간, 그 그래픽은 더 이상 유년기의 장식이 아니라 소비 윤리를 환기하는 장치로 다시 읽히게 된다. 패션이 유희와 미학의 영역을 넘어 우리가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지나치는지를 되묻는 순간, 취향의 기준 자체가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이번 쇼를 봐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구호나 캡션이 아니라 옷의 질감과 구조 그 자체라는 점에서, 이번 컬렉션은 환경을 말하는 패션과 환경을 입는 패션의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기억될 법하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다를 표현하는 방식이 장식적 모티프에서 구조적 디테일로 옮겨간 점이다. 투명한 낚싯줄이 니트 안에 그대로 짜여 들어갔고, 일부 의상은 굴 껍데기 안쪽 곡선을 본뜬 듯 몸통을 감싸는 실루엣으로 재단됐다. 데님에는 다이아몬드 장식이 촘촘히 박혔고, 상의와 드레스에는 물결치는 웨이브 가공이 더해졌다. 색상은 암석 웅덩이에 비친 바다색을 그대로 옮긴 듯한 워시드 그린과 코랄, 여기에 크림과 짙은 브라운이 섞였다. 특히 이번 데님은 전량 재활용 원단으로 제작됐는데, 이는 매카트니가 25년째 이어온 무가죽·무모피·무깃털 정책을 넘어 2027년 컬렉션 전체를 책임있는 생산 기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액세서리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재활용 플라스틱 병으로 일부를 제작한 투명 팔라벨라가 처음 공개됐고, 하트 모양으로 새롭게 디자인된 라이더 백, 숄더 사이즈로 축소된 아팔루사가 함께 등장했다. 로퍼와 스틸레토는 투명 소재로 마감됐고, 몇몇 룩에는 자신의 아디다스 라인 운동화가 매치됐다. 백스테이지에서는 팻 맥그라스 랩스가 메이크업을, 유진 술레이만이 모로칸오일을 통해 헤어를 맡아 바다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톤을 완성했다.

왜 지금인가

이 컬렉션이 단순한 테마 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타이밍에 있다. 2026년은 스텔라 매카트니가 브랜드를 설립한 지 25년이 되는 해이자, 그의 기후 활동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해이기도 하다. 올해 그는 기후 리더십을 인정받아 상을 받았고, 쇼 직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도 훈장을 받았다. 한 업계 인사의 개인적 성과를 넘어, 환경 메시지를 패션으로 표현해온 그의 오랜 작업이 상업적 실험을 지나 하나의 공인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팬데믹 이후 명품 시장에서는 책임 있는 럭셔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가죽과 모피를 대체할 소재 기술도 빠르게 발전했다. 이번 쇼에서 울 대체재로 쓰인 발효 단백질 소재는 그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존 캐시미어 생산과 비교해 탄소 배출과 수자원 사용을 큰 폭으로 줄였다는 점에서 소재 산업의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해양 보호라는 주제 역시 우연이 아니다. 플라스틱 오염과 해양 생태계 파괴가 전 세계적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패션 하우스가 그 메시지를 직접 옷의 구조와 질감으로 번역해 보여준 사례는 많지 않았다. 매카트니가 쇼 노트에 남긴 "우리는 사치를 위해 죽이고 그것을 정의라 부른다"는 문장은, 이 모든 디테일이 장식이 아니라 질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경쟁 하우스들이 지속가능성을 마케팅 언어로 다루는 사이, 그는 25년째 같은 질문을 소재와 실루엣으로 반복하고 있다.

다음에 볼 것

이번 쇼가 공개한 피스들이 실제 매장과 온라인에서 어떤 가격과 구성으로 풀릴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특히 재활용 플라스틱 병으로 만든 투명 팔라벨라와 하트 모양 라이더 백은 기존 베스트셀러 라인의 변형인 만큼, 소재 전환이 가격과 생산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볼 만하다. 발효 단백질 울 대체재 역시 이번 시즌 일부 품목에 시험적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 소재가 다음 시즌 이상으로 확대 적용될지, 혹은 다른 럭셔리 하우스로 기술이 번져갈지도 관심사다. 매카트니 개인으로서는 올해 기후 활동 공로를 인정받은 뒤 처음 선보인 컬렉션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시즌에서도 환경 메시지의 강도를 유지하거나 더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바다 생물을 그대로 프린트하는 수준을 넘어, 소재 자체의 윤리성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그의 작업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다음 시즌들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책임 있는 럭셔리가 실제 옷장에 들어왔을 때 어떤 질감과 가격으로 체감되는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투명 소재와 재활용 원단이 이제 '특별한 캡슐 컬렉션'이 아니라 메인 라인의 기본값이 되어가는 흐름도 함께 지켜볼 대목이다.

Stella McCartney SummerMakesSplashT-shirtStella McCartney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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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티셔츠가 돌아온 이유, 매카트니의 바다 선언

재활용 데님과 바다 생물이 그려낸 2027 런웨이

2026.10.02 · 6 min · Irang

어린 시절 바닷가 기념품점에서 사 온 돌고래 그림 티셔츠를 책상 서랍 어딘가에 넣어둔 기억이 있다면, 스텔라 매카트니의 2027년 여름 컬렉션이 유독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파리 패션위크 런웨이에 그 추억 속 에어브러시 그래픽이 돌고래와 범고래, 상어 모티프로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그래픽이 단순한 복고 취향이나 귀여운 레트로 장식으로 소비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매카트니는 이 그래픽을 통해 관객이 바다와 그 안에 사는 생명을 다시 떠올리게 하려 했다고 밝혔고, 더 나아가 어떤 생명은 우리가 마음대로 써도 되는 자원으로 여기고 어떤 생명은 그렇지 않다고 가르는 불편한 기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기념품점 티셔츠가 가진 값싼 기억을 하이패션 런웨이로 옮겨 온 순간, 그 그래픽은 더 이상 유년기의 장식이 아니라 소비 윤리를 환기하는 장치로 다시 읽히게 된다. 패션이 유희와 미학의 영역을 넘어 우리가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지나치는지를 되묻는 순간, 취향의 기준 자체가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이번 쇼를 봐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구호나 캡션이 아니라 옷의 질감과 구조 그 자체라는 점에서, 이번 컬렉션은 환경을 말하는 패션과 환경을 입는 패션의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기억될 법하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다를 표현하는 방식이 장식적 모티프에서 구조적 디테일로 옮겨간 점이다. 투명한 낚싯줄이 니트 안에 그대로 짜여 들어갔고, 일부 의상은 굴 껍데기 안쪽 곡선을 본뜬 듯 몸통을 감싸는 실루엣으로 재단됐다. 데님에는 다이아몬드 장식이 촘촘히 박혔고, 상의와 드레스에는 물결치는 웨이브 가공이 더해졌다. 색상은 암석 웅덩이에 비친 바다색을 그대로 옮긴 듯한 워시드 그린과 코랄, 여기에 크림과 짙은 브라운이 섞였다. 특히 이번 데님은 전량 재활용 원단으로 제작됐는데, 이는 매카트니가 25년째 이어온 무가죽·무모피·무깃털 정책을 넘어 2027년 컬렉션 전체를 책임있는 생산 기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액세서리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재활용 플라스틱 병으로 일부를 제작한 투명 팔라벨라가 처음 공개됐고, 하트 모양으로 새롭게 디자인된 라이더 백, 숄더 사이즈로 축소된 아팔루사가 함께 등장했다. 로퍼와 스틸레토는 투명 소재로 마감됐고, 몇몇 룩에는 자신의 아디다스 라인 운동화가 매치됐다. 백스테이지에서는 팻 맥그라스 랩스가 메이크업을, 유진 술레이만이 모로칸오일을 통해 헤어를 맡아 바다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톤을 완성했다.

왜 지금인가

이 컬렉션이 단순한 테마 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타이밍에 있다. 2026년은 스텔라 매카트니가 브랜드를 설립한 지 25년이 되는 해이자, 그의 기후 활동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해이기도 하다. 올해 그는 기후 리더십을 인정받아 상을 받았고, 쇼 직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도 훈장을 받았다. 한 업계 인사의 개인적 성과를 넘어, 환경 메시지를 패션으로 표현해온 그의 오랜 작업이 상업적 실험을 지나 하나의 공인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팬데믹 이후 명품 시장에서는 책임 있는 럭셔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가죽과 모피를 대체할 소재 기술도 빠르게 발전했다. 이번 쇼에서 울 대체재로 쓰인 발효 단백질 소재는 그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존 캐시미어 생산과 비교해 탄소 배출과 수자원 사용을 큰 폭으로 줄였다는 점에서 소재 산업의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해양 보호라는 주제 역시 우연이 아니다. 플라스틱 오염과 해양 생태계 파괴가 전 세계적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패션 하우스가 그 메시지를 직접 옷의 구조와 질감으로 번역해 보여준 사례는 많지 않았다. 매카트니가 쇼 노트에 남긴 "우리는 사치를 위해 죽이고 그것을 정의라 부른다"는 문장은, 이 모든 디테일이 장식이 아니라 질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경쟁 하우스들이 지속가능성을 마케팅 언어로 다루는 사이, 그는 25년째 같은 질문을 소재와 실루엣으로 반복하고 있다.

다음에 볼 것

이번 쇼가 공개한 피스들이 실제 매장과 온라인에서 어떤 가격과 구성으로 풀릴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특히 재활용 플라스틱 병으로 만든 투명 팔라벨라와 하트 모양 라이더 백은 기존 베스트셀러 라인의 변형인 만큼, 소재 전환이 가격과 생산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볼 만하다. 발효 단백질 울 대체재 역시 이번 시즌 일부 품목에 시험적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 소재가 다음 시즌 이상으로 확대 적용될지, 혹은 다른 럭셔리 하우스로 기술이 번져갈지도 관심사다. 매카트니 개인으로서는 올해 기후 활동 공로를 인정받은 뒤 처음 선보인 컬렉션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시즌에서도 환경 메시지의 강도를 유지하거나 더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바다 생물을 그대로 프린트하는 수준을 넘어, 소재 자체의 윤리성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그의 작업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다음 시즌들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책임 있는 럭셔리가 실제 옷장에 들어왔을 때 어떤 질감과 가격으로 체감되는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투명 소재와 재활용 원단이 이제 '특별한 캡슐 컬렉션'이 아니라 메인 라인의 기본값이 되어가는 흐름도 함께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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