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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lture 2026.10.02 6 min read Irang 글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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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미라, AI가 만든 3000엔짜리 옷의 정체

일본 아다스트리아의 중년 여성복 AI 실험

일본 대형 어패럴 그룹 아다스트리아가 10월 8일 자사 온라인몰 '언드에스티(and ST)'에서 새 브랜드 '엘미라(ELMIRA)'를 선보인다. 이 브랜드에서 가장 먼저 눈에 걸리는 건 옷이 아니라 만드는 방식이다. 상품 기획과 촬영, 치수 측정, 상세페이지 원고 작성까지 이어지는 작업을 사람이 아니라 AI가 상당 부분 맡으면서, 보통 서너 명이 붙어야 할 업무를 한 명이 처리하고 있다. 그렇게 나온 평균 가격이 3000엔, 한 끼 식사값 정도다. 타깃은 40~60대 여성이다. 저가 의류는 젊은 층의 전유물이라는 공식이 오래 이어진 시장에서, 이 브랜드는 그 공식을 깨려는 시도다. 고령화가 깊어진 일본에서 중년 이후 여성의 옷장이 '싸고 어려 보이는 옷'과 '비싸지만 품위 있는 옷' 둘 중 하나를 고를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과 AI가 일을 나눠 맡는 방식이 가격표를 바꾸고, 그 가격표가 지금까지 선택지에서 밀려나 있던 세대의 옷장을 바꾸는 중이다. 옷을 만드는 손이 바뀌면 옷을 입는 사람도 바뀐다는 걸, 이 브랜드는 론칭 전부터 숫자로 먼저 보여주고 있다. 누가 옷을 만드느냐가 누가 옷을 살 수 있느냐까지 결정짓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 패션업계보다 넓은 자리에서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엘미라의 핵심은 '사사게'라 불리는 업무 구조에 있다. 촬영·측정·원고 작성의 앞글자를 딴 이 말은 이커머스 운영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반복 작업을 가리킨다. 엘미라는 이 사사게를 AI에 맡겼다. 인기 패션모델 SHIHO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AI 생성 모델 'AI SHIHO'가 전속 모델로 나서면서, 실제 촬영 일정을 잡고 스튜디오를 빌리고 보정하는 과정 전체가 줄었다. 그 결과 사사게에 걸리는 시간은 절반가량 줄었다. 초회 라인업은 25개 스타일, 가격대는 1980엔부터 4950엔 사이로 책정됐다. 통상 이 정도 규모의 브랜드를 꾸리려면 상품 기획과 운영에 3명 가까운 인력이 필요하지만, 엘미라는 AI를 끼워 넣어 1명으로 같은 업무를 돌리고 있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사업이 커져도 인원을 크게 늘리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사람이 늘어난다는 기존 공식 자체를 깨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지금까지 패션업계에서 모델과 촬영은 브랜드의 얼굴을 결정짓는 가장 비싼 공정이었다. 그 공정 하나를 통째로 AI로 대체했다는 사실은, 옷값의 상당 부분이 옷감이 아니라 '보여주는 과정'에 있었다는 걸 역으로 드러낸다. 모델 섭외비와 스튜디오 대여비, 보정 인건비가 빠진 자리를 AI 생성 모델이 채우면서, 같은 품질의 디자인을 더 낮은 가격으로 내놓을 여지가 생긴 셈이다.

왜 지금인가

이 브랜드는 아다스트리아 혼자만의 실험이 아니라, 모회사인 앤드에스티홀딩스의 중기경영계획 2030과 맞물려 있다. 이 계획은 보유 브랜드를 50개까지 늘리는 걸 목표로 잡고 있는데, 현재도 30개가 넘는 브랜드를 운영 중인 그룹 입장에서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인력이 쪼개지는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숙제였다. 아다스트리아의 기타무라 요시키 사장은 "브랜드 수를 늘리면 아무래도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인력도 분산된다. 그런 상황에서 관건은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은 '결정'이다. 지금까지 업무의 80%가 단순 작업이었는데, AI를 잘 활용하면 앞으로 50개 브랜드를 갖는 것도 꿈같은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타깃 설정에도 같은 흐름이 읽힌다. 저가 의류 시장이 줄곧 젊은 층 위주로 짜여 있던 사이, 고령화가 깊어진 사회에서 40~60대 여성은 저가 시장에서 선택지가 가장 좁은 세대로 남아 있었다. 몸의 변화를 가리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을 포기하지 않는 옷을, 낮은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는 걸 AI로 증명하려는 시도가 바로 이 시점에 나온 이유다. 브랜드를 늘리는 쪽과 세대를 넓히는 쪽, 두 과제를 한 번에 풀어야 하는 시점에 AI가 해답으로 제시된 셈이다.

다음에 볼 것

브랜드명 '엘미라'는 '엘레간트'와 '미러'를 합친 이름으로, '엘레간스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뜻을 담았다. 10월 8일부터 and ST에서 판매가 시작되며, 라이트 폰치 빅 파카(3300엔)나 사이드 슬릿 프루오버 니트(3300엔) 같은 캐주얼 아이템부터 레이스 셔츠(3960엔), 퍼 베스트(4950엔) 같은 조금 더 격식 있는 품목까지 25개 스타일로 구성된다. 사업 책임자 고토 다카히토는 "보통은 샘플을 퍼스트, 세컨드, 파이널로 나눠 다듬어가지만, AI를 활용하면 퍼스트 샘플부터 높은 완성도를 낼 수 있다"며 앞으로 디자인과 MD, 유통까지 AI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금은 사사게 단계에 머물러 있는 AI의 역할이 기획과 유통 전반으로 번지면, 브랜드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원과 시간의 기준 자체가 다시 쓰일 수 있다. 50개 브랜드라는 목표가 허황된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가능한 계획으로 읽히는 건, 바로 이 가격표와 인력 구조가 함께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년 여성의 옷장이 이 실험의 성공 여부를 가장 먼저 보여줄 지표가 될 것이다. 패션을 만드는 손의 구성이 달라지는 걸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첫 사례로, 엘미라의 다음 시즌 라인업과 반응을 지켜볼 이유는 충분하다.

ELMIRASHIHOAI SHIHOWWDJAPANPROFILEINF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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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미라, AI가 만든 3000엔짜리 옷의 정체

일본 아다스트리아의 중년 여성복 AI 실험

2026.10.02 · 6 min · Irang

일본 대형 어패럴 그룹 아다스트리아가 10월 8일 자사 온라인몰 '언드에스티(and ST)'에서 새 브랜드 '엘미라(ELMIRA)'를 선보인다. 이 브랜드에서 가장 먼저 눈에 걸리는 건 옷이 아니라 만드는 방식이다. 상품 기획과 촬영, 치수 측정, 상세페이지 원고 작성까지 이어지는 작업을 사람이 아니라 AI가 상당 부분 맡으면서, 보통 서너 명이 붙어야 할 업무를 한 명이 처리하고 있다. 그렇게 나온 평균 가격이 3000엔, 한 끼 식사값 정도다. 타깃은 40~60대 여성이다. 저가 의류는 젊은 층의 전유물이라는 공식이 오래 이어진 시장에서, 이 브랜드는 그 공식을 깨려는 시도다. 고령화가 깊어진 일본에서 중년 이후 여성의 옷장이 '싸고 어려 보이는 옷'과 '비싸지만 품위 있는 옷' 둘 중 하나를 고를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과 AI가 일을 나눠 맡는 방식이 가격표를 바꾸고, 그 가격표가 지금까지 선택지에서 밀려나 있던 세대의 옷장을 바꾸는 중이다. 옷을 만드는 손이 바뀌면 옷을 입는 사람도 바뀐다는 걸, 이 브랜드는 론칭 전부터 숫자로 먼저 보여주고 있다. 누가 옷을 만드느냐가 누가 옷을 살 수 있느냐까지 결정짓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 패션업계보다 넓은 자리에서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엘미라의 핵심은 '사사게'라 불리는 업무 구조에 있다. 촬영·측정·원고 작성의 앞글자를 딴 이 말은 이커머스 운영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반복 작업을 가리킨다. 엘미라는 이 사사게를 AI에 맡겼다. 인기 패션모델 SHIHO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AI 생성 모델 'AI SHIHO'가 전속 모델로 나서면서, 실제 촬영 일정을 잡고 스튜디오를 빌리고 보정하는 과정 전체가 줄었다. 그 결과 사사게에 걸리는 시간은 절반가량 줄었다. 초회 라인업은 25개 스타일, 가격대는 1980엔부터 4950엔 사이로 책정됐다. 통상 이 정도 규모의 브랜드를 꾸리려면 상품 기획과 운영에 3명 가까운 인력이 필요하지만, 엘미라는 AI를 끼워 넣어 1명으로 같은 업무를 돌리고 있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사업이 커져도 인원을 크게 늘리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사람이 늘어난다는 기존 공식 자체를 깨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지금까지 패션업계에서 모델과 촬영은 브랜드의 얼굴을 결정짓는 가장 비싼 공정이었다. 그 공정 하나를 통째로 AI로 대체했다는 사실은, 옷값의 상당 부분이 옷감이 아니라 '보여주는 과정'에 있었다는 걸 역으로 드러낸다. 모델 섭외비와 스튜디오 대여비, 보정 인건비가 빠진 자리를 AI 생성 모델이 채우면서, 같은 품질의 디자인을 더 낮은 가격으로 내놓을 여지가 생긴 셈이다.

왜 지금인가

이 브랜드는 아다스트리아 혼자만의 실험이 아니라, 모회사인 앤드에스티홀딩스의 중기경영계획 2030과 맞물려 있다. 이 계획은 보유 브랜드를 50개까지 늘리는 걸 목표로 잡고 있는데, 현재도 30개가 넘는 브랜드를 운영 중인 그룹 입장에서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인력이 쪼개지는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숙제였다. 아다스트리아의 기타무라 요시키 사장은 "브랜드 수를 늘리면 아무래도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인력도 분산된다. 그런 상황에서 관건은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은 '결정'이다. 지금까지 업무의 80%가 단순 작업이었는데, AI를 잘 활용하면 앞으로 50개 브랜드를 갖는 것도 꿈같은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타깃 설정에도 같은 흐름이 읽힌다. 저가 의류 시장이 줄곧 젊은 층 위주로 짜여 있던 사이, 고령화가 깊어진 사회에서 40~60대 여성은 저가 시장에서 선택지가 가장 좁은 세대로 남아 있었다. 몸의 변화를 가리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을 포기하지 않는 옷을, 낮은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는 걸 AI로 증명하려는 시도가 바로 이 시점에 나온 이유다. 브랜드를 늘리는 쪽과 세대를 넓히는 쪽, 두 과제를 한 번에 풀어야 하는 시점에 AI가 해답으로 제시된 셈이다.

다음에 볼 것

브랜드명 '엘미라'는 '엘레간트'와 '미러'를 합친 이름으로, '엘레간스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뜻을 담았다. 10월 8일부터 and ST에서 판매가 시작되며, 라이트 폰치 빅 파카(3300엔)나 사이드 슬릿 프루오버 니트(3300엔) 같은 캐주얼 아이템부터 레이스 셔츠(3960엔), 퍼 베스트(4950엔) 같은 조금 더 격식 있는 품목까지 25개 스타일로 구성된다. 사업 책임자 고토 다카히토는 "보통은 샘플을 퍼스트, 세컨드, 파이널로 나눠 다듬어가지만, AI를 활용하면 퍼스트 샘플부터 높은 완성도를 낼 수 있다"며 앞으로 디자인과 MD, 유통까지 AI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금은 사사게 단계에 머물러 있는 AI의 역할이 기획과 유통 전반으로 번지면, 브랜드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원과 시간의 기준 자체가 다시 쓰일 수 있다. 50개 브랜드라는 목표가 허황된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가능한 계획으로 읽히는 건, 바로 이 가격표와 인력 구조가 함께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년 여성의 옷장이 이 실험의 성공 여부를 가장 먼저 보여줄 지표가 될 것이다. 패션을 만드는 손의 구성이 달라지는 걸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첫 사례로, 엘미라의 다음 시즌 라인업과 반응을 지켜볼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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