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리나 스트라다가 숲으로 런웨이를 옮긴 이유
런웨이가 갤러리 밖으로 나왔을 때 바뀌는 것들
뉴욕 패션위크가 한창이던 지난 시즌, 콜리나 스트라다는 관례를 깼다. 도심 한복판의 쇼룸이나 창고 대신, 뉴욕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인 오렌지 카운티의 스톰 킹 아트 센터로 패션 피플들을 통째로 실어 날랐다. 잔디밭 위에 길게 낸 런웨이, 거대한 스틸 조각과 들꽃,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야외 무대에서 2027 봄여름(SS27) 컬렉션을 선보인 것이다. 러플과 프린트, 참 장식으로 유명한 맥시멀리스트 브랜드가 콘크리트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쇼를 연다는 발상 자체가, 패션쇼라는 형식을 다시 묻는 질문처럼 읽힌다.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매 시즌 장소 선택으로 화제를 만들어온 콜리나 스트라다이기에, 이번 이동은 단순한 이벤트성 기획이 아니라 쇼가 열리는 장소 자체를 패션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로 봐야 한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컬렉션의 핵심은 빅토리안, 중세풍 실루엣과 그런지, 펑크록 코드의 충돌이다.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시즌에 어울리는 선명한 색감으로 등장했고, 소재는 데드스톡 원단, 시폰, 오간자, 리사이클 시퀸으로 짜였다. 눈에 띄는 건 옛것을 다시 발명한다는 태도다. 지나간 시대의 실루엣과 스타일을 가져와 시스루 패브릭과 데드스톡 플리스라는 현대적 소재로 다시 만든 룩들이 이어졌는데, 이는 콜리나 스트라다가 그동안 보여온 맥시멀리즘에 지속가능성과 반항의 서사를 얹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전 시즌들이 러플과 참 장식으로 대표되는 소녀적 판타지에 가까웠다면, 이번 SS27은 자기표현의 초기 단계, 즉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개인 취향이 반항적으로 터져 나오는 순간을 형태로 옮긴 셈이다. 여기에 KEEN, 컨버스와의 신발 협업 두 건이 더해지며 룩 전체를 발끝까지 완성시켰다. KEEN은 브랜드 특유의 러플 무드에 고프코어 감성을 입혔고, 컨버스는 두 브랜드가 이전에 함께 작업한 결과물을 무용수의 시점에서 다시 해석했다. 모델들이 거대한 스틸 조각과 들꽃, 잠자리 사이를 가로질러 걸으면서, 옷과 신발과 무대가 한 세트로 읽히는 흔치 않은 장면이 완성됐다.
왜 지금인가
패션위크 시즌마다 브랜드들이 쇼 장소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흐름 속에서, 도시를 완전히 벗어나 자연 속 조각공원을 무대로 삼은 선택은 특히 도드라진다. 스톰 킹 아트 센터는 원래 대형 야외 조각 작품으로 알려진 예술 공간이지, 패션쇼가 열리던 곳이 아니다. 그런 장소를 런웨이로 바꿨다는 것은, 관객에게 옷만이 아니라 하루 전체의 경험을 팔겠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패션쇼가 스트리밍과 소셜미디어로 소비되는 비중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몰입감과 스펙터클이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콜리나 스트라다처럼 젊고 다양한 팬층을 가진 브랜드일수록, 쇼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이자 놀이로 설계할 유인이 크다. 여기에 지속가능성을 내세운 데드스톡 소재 활용,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와의 협업이라는 최근 패션계의 두 흐름이 한 쇼 안에 자연스럽게 겹쳐 있다는 점도, 이 컬렉션이 왜 지금 주목받는지를 설명해준다. 야외 무대라는 형식과 협업, 지속가능 소재라는 내용이 동시에 맞물린 사례로 이번 쇼를 기억할 만하다.
다음에 볼 것
쇼의 클로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벤트였다. 커스텀 콜리나 스트라다 룩을 입은 칼리 레이 젭슨이 등장해 마지막 워킹을 라이브로 세레나데했고, 이는 곧바로 즉흥 댄스파티로 이어지며 쇼를 완전히 다른 성격의 자리로 바꿔놓았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KEEN, 컨버스와의 협업 라인이 실제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출시되는가이다. 고프코어와 댄서 무드라는 서로 다른 접근이 실제 제품에서 어떻게 구현될지가 관건이다. 다른 하나는 이번처럼 예술 공간을 무대로 삼는 방식이 콜리나 스트라다만의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다른 브랜드들도 따라 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번질지다. 패션쇼의 무대가 도시의 상징적 공간에서 자연과 예술이 결합된 제3의 장소로 옮겨가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그 시작점 중 하나로 이번 스톰 킹 쇼가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