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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lture 2026.09.20 4 min read Irang 글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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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 주목한 '완벽한 아내'를 부수는 방식

페트라 파게르스트룀의 SS27 데뷔 런웨이

스웨덴 출신 디자이너 페트라 파게르스트룀(Petra Fagerström)이 런던 패션위크 둘째 날의 문을 열며 첫 정식 온스케줄 런웨이를 선보였는데, 신진 디자이너에게 통상 따라붙는 옷단 미완성이나 안 맞는 신발 같은 어수선함이 이번엔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지난 시즌 온스케줄 프레젠테이션으로 데뷔한 지 한 시즌 만에, 180 스트랜드의 NEWGEN 쇼 공간에서 움직이는 런웨이로 형식을 끌어올린 것이라 더 눈에 띄었다. 컬렉션명은 '스웨디시 서머(Swedish Summer)'였지만, 정작 무대를 채운 것은 화사한 여름휴가의 정서가 아니라 완벽하게 통제된 가정이라는 설정 아래 균열을 그려낸 영화적 긴장감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시즌 런던이 주목한 신예로 그가 꼽히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시즌이 이전과 가장 다른 지점은 '완성도의 체급'이다. 지난 시즌 파게르스트룀은 온스케줄 프레젠테이션, 즉 정지된 형태로 옷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데뷔했고, 주제도 자신의 아이스 댄서 이력에서 끌어온 겨울 이미지였다. 이번엔 움직이는 런웨이로 형식을 한 단계 올렸고, 주제 역시 겨울에서 여름으로, 개인사에서 사회적 이상(理想)으로 확장됐다. 컬렉션명은 '스웨디시 서머'였지만 실제 무드는 스웨덴 전통 하지 축제 '미드소마르'의 목가적 이미지보다는, 완벽해 보이는 교외 공동체 이면의 통제와 불안을 그린 영화 '돈 워리 달링'에 훨씬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즉 여름이라는 표면적 소재를 걸고, 실제로는 순수함·수동성·청결함으로 규정돼온 '전통적 아내' 이미지를 해부하는 작업을 이어간 셈이다. 파게르스트룀은 이전부터 순수함과 수동성, 청결함이라는 이상에 균열을 내는 여성을 만들고 싶다고 밝혀온 디자이너로, 이번 컬렉션은 졸업 컬렉션 이후 이어온 그 문제의식을 가장 완성된 형태로 옮긴 결과로 읽힌다.

왜 지금인가

이 컬렉션이 시선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신예가 실수 없는 쇼를 해냈다는 데 있지 않다. 최근 온라인 문화에서 '트래드와이프(traditional wife)'는 다시 하나의 미학이자 소비 코드로 떠올랐다. 앞치마를 두르고 손수 빵을 굽는 이미지, 순종적이고 정돈된 가정주부의 모습이 짧은 영상 플랫폼과 이미지 생성 도구를 통해 반복 재생산되면서, 그 이상이 실제 삶의 방식이라기보다 정교하게 연출된 콘텐츠에 가깝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는 시점이다. 패션위크라는 무대에서 젊은 디자이너가 바로 이 지점, '완벽하게 보이도록 설계된 여성상'을 정면으로 다루고 나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게다가 신진 디자이너 지원 플랫폼인 NEWGEN 소속으로 두 번째 시즌 만에 온스케줄 런웨이까지 올라섰다는 것은, 업계가 그의 관점과 완성도를 동시에 눈여겨보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런던 패션위크 둘째 날의 문을 여는 자리를 맡았다는 사실 역시, 주최 측이 이번 시즌 화두 중 하나로 그의 작업을 앞세웠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다음에 볼 것

파게르스트룀의 다음 행보를 가늠할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번 온스케줄 런웨이 데뷔가 다음 시즌 바이어와 프레스의 반응으로 어떻게 이어지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전통적 아내' 비판이라는 하나의 문제의식을 앞으로도 매 시즌 다른 소재로 변주해낼 수 있느냐다. 겨울에는 자신의 아이스 댄서 경력을, 여름에는 교외 가정이라는 설정을 빌려온 것처럼, 다음 시즌엔 또 다른 장소나 이미지를 통해 같은 질문을 던질 가능성이 크다. 신진 디자이너가 프레젠테이션에서 온스케줄 프레젠테이션으로, 다시 온스케줄 런웨이로 단계를 밟아온 속도 자체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보통 몇 시즌씩 걸리는 과정을 그는 단 한 시즌 만에 건너뛰었다. 이런 속도로 성장한 디자이너가 다음 시즌 어떤 브랜드 협업이나 리테일 확장으로 이어지는지가 이후 관찰 포인트가 될 것이다. 취향의 최전선에서 '완벽한 여성상'이라는 낡은 이상을 계속 건드리는 이 스웨덴 디자이너를, 다음 시즌에도 지켜볼 이유는 충분하다.

Petra FagerstrGallerySwedishOpeningFagerstrStrand’s NEW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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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 주목한 '완벽한 아내'를 부수는 방식

페트라 파게르스트룀의 SS27 데뷔 런웨이

2026.09.20 · 4 min · Irang

스웨덴 출신 디자이너 페트라 파게르스트룀(Petra Fagerström)이 런던 패션위크 둘째 날의 문을 열며 첫 정식 온스케줄 런웨이를 선보였는데, 신진 디자이너에게 통상 따라붙는 옷단 미완성이나 안 맞는 신발 같은 어수선함이 이번엔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지난 시즌 온스케줄 프레젠테이션으로 데뷔한 지 한 시즌 만에, 180 스트랜드의 NEWGEN 쇼 공간에서 움직이는 런웨이로 형식을 끌어올린 것이라 더 눈에 띄었다. 컬렉션명은 '스웨디시 서머(Swedish Summer)'였지만, 정작 무대를 채운 것은 화사한 여름휴가의 정서가 아니라 완벽하게 통제된 가정이라는 설정 아래 균열을 그려낸 영화적 긴장감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시즌 런던이 주목한 신예로 그가 꼽히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시즌이 이전과 가장 다른 지점은 '완성도의 체급'이다. 지난 시즌 파게르스트룀은 온스케줄 프레젠테이션, 즉 정지된 형태로 옷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데뷔했고, 주제도 자신의 아이스 댄서 이력에서 끌어온 겨울 이미지였다. 이번엔 움직이는 런웨이로 형식을 한 단계 올렸고, 주제 역시 겨울에서 여름으로, 개인사에서 사회적 이상(理想)으로 확장됐다. 컬렉션명은 '스웨디시 서머'였지만 실제 무드는 스웨덴 전통 하지 축제 '미드소마르'의 목가적 이미지보다는, 완벽해 보이는 교외 공동체 이면의 통제와 불안을 그린 영화 '돈 워리 달링'에 훨씬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즉 여름이라는 표면적 소재를 걸고, 실제로는 순수함·수동성·청결함으로 규정돼온 '전통적 아내' 이미지를 해부하는 작업을 이어간 셈이다. 파게르스트룀은 이전부터 순수함과 수동성, 청결함이라는 이상에 균열을 내는 여성을 만들고 싶다고 밝혀온 디자이너로, 이번 컬렉션은 졸업 컬렉션 이후 이어온 그 문제의식을 가장 완성된 형태로 옮긴 결과로 읽힌다.

왜 지금인가

이 컬렉션이 시선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신예가 실수 없는 쇼를 해냈다는 데 있지 않다. 최근 온라인 문화에서 '트래드와이프(traditional wife)'는 다시 하나의 미학이자 소비 코드로 떠올랐다. 앞치마를 두르고 손수 빵을 굽는 이미지, 순종적이고 정돈된 가정주부의 모습이 짧은 영상 플랫폼과 이미지 생성 도구를 통해 반복 재생산되면서, 그 이상이 실제 삶의 방식이라기보다 정교하게 연출된 콘텐츠에 가깝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는 시점이다. 패션위크라는 무대에서 젊은 디자이너가 바로 이 지점, '완벽하게 보이도록 설계된 여성상'을 정면으로 다루고 나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게다가 신진 디자이너 지원 플랫폼인 NEWGEN 소속으로 두 번째 시즌 만에 온스케줄 런웨이까지 올라섰다는 것은, 업계가 그의 관점과 완성도를 동시에 눈여겨보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런던 패션위크 둘째 날의 문을 여는 자리를 맡았다는 사실 역시, 주최 측이 이번 시즌 화두 중 하나로 그의 작업을 앞세웠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다음에 볼 것

파게르스트룀의 다음 행보를 가늠할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번 온스케줄 런웨이 데뷔가 다음 시즌 바이어와 프레스의 반응으로 어떻게 이어지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전통적 아내' 비판이라는 하나의 문제의식을 앞으로도 매 시즌 다른 소재로 변주해낼 수 있느냐다. 겨울에는 자신의 아이스 댄서 경력을, 여름에는 교외 가정이라는 설정을 빌려온 것처럼, 다음 시즌엔 또 다른 장소나 이미지를 통해 같은 질문을 던질 가능성이 크다. 신진 디자이너가 프레젠테이션에서 온스케줄 프레젠테이션으로, 다시 온스케줄 런웨이로 단계를 밟아온 속도 자체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보통 몇 시즌씩 걸리는 과정을 그는 단 한 시즌 만에 건너뛰었다. 이런 속도로 성장한 디자이너가 다음 시즌 어떤 브랜드 협업이나 리테일 확장으로 이어지는지가 이후 관찰 포인트가 될 것이다. 취향의 최전선에서 '완벽한 여성상'이라는 낡은 이상을 계속 건드리는 이 스웨덴 디자이너를, 다음 시즌에도 지켜볼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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